[사설] 양화대교 490억짜리 공사가 남긴 교훈

입력 2012. 10. 14. 19:40 수정 2012. 10. 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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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가로질러 서울 마포구 합정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연결하는 양화대교는 서울 서북과 서남권을 잇는 교통의 요충이다. 원래는 '제2한강교'로 불렸으나 한강종합개발계획 때 마포쪽 양화진에 기반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1965년에 4차선으로 지어졌다가 교통량이 늘자 1979년에 다시 4차선짜리 새 교량을 만들어 두 개의 다리가 나란히 이어진 모습이다.

이 다리가 뉴스의 초점이 된 것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10년 2월 서해뱃길 사업을 위해 가교(假橋)를 설치하면서부터다. 대형선박이 다니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각 간격 42m가 좁아 112m로 넓힐 필요가 있었다. 시는 왕복 8차로 크기의 아치 교량으로 바꾸기로 했고, 이를 위해 교각 두 개를 없애고 다리의 상판을 순차적으로 잘라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다리는 'ㄷ'자로 휘어지게 돼 시민안전을 위협했다.

그러나 그해 6·2 지방선거로 출범한 시의회가 반대하고 나서 공사가 중단됐다. 의회의 다수당이 민주당으로 바뀌면서 견제를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양화대교 공사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연장으로 받아들여져 집중적인 공격의 표적이 됐다. 결국 오 시장이 물러나고 새로 뽑힌 박원순 시장은 전시행정의 상징으로 한쪽 아치만 남겨두려던 계획을 접고 공사를 재개했다.

이런 곡절을 겪은 양화대교가 어제 굽었던 다리를 일직선으로 펴는 개통식을 가졌다. 완공 시점이 당초 목표인 지난해 12월보다 10개월가량 늦어져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서울시는 사과했다. 그러나 공사비 490억원을 투입하고도 당초 목표로 삼았던 대형 선박의 왕래는 볼 수 없게 됐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서해뱃길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이다.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갈등과 불신의 교훈을 새기는 현장으로 가치가 있다. 양화대교의 높다란 아치는 행정의 일방통행, 그리고 시민의 뜻을 팽개친채 정치적 힘겨루기에 골몰한 결과가 얼마나 초라한지 오래도록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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