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학벌특권 철폐를 위한 '국공립대 통폐합' / 조희연

2012. 6. 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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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2년 현재, 우리는 중차대한 국면에 처해 있다. 이명박 정부를 이어받는 정부가 출현하여 '보수의 긴 10년'이 현실화될 수도 있고, 정반대로 '3기 민주정부'가 출현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가 되더라도, 우리는 2013년 이후에 실현할 '희망'을 꿈꾸어야 한다. 나는 가끔 이명박 정부로부터의 대중들의 광범위한 이반과 분노를 적극적인 희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예컨대 '5대 의제'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중 대표적인 사회개혁 의제로서 '학벌철폐를 향한 대학체제 개편'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싶다.

우리가 대학 학벌체제의 혁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교육을 둘러싼 경쟁이 이제 '과잉경쟁'이 되어서 경쟁이 갖는 고유한 합리성을 파괴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학벌이 독점적 특권을 부여하고 '좋은 직장'은 갈수록 적어지는 상황에서, 경쟁은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풍부한 상상력과 다양한 경험, 사고훈련을 낳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스파르타식 암기훈련으로 타락해간다.

그 과정에서 비대한 사교육, 공교육의 황폐화, 심지어 학교폭력과 자살에 이르는 인성파괴 현상들이 출현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이른바 스카이(SKY)대학 입학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합리적 보상의 차원을 넘어서서 전 생애를 관통하는 사회적 특권이자 자격증이 되고 패자에게는 영원한 멍에가 되는 이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이는 보수-진보의 경계를 넘어서 국민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행할까. 수년 전부터 강준만 교수가 '서울대 망국론'으로 표현한 학벌질서 개혁에는 다양한 방안들이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교육혁명공동행동이나 교수노조 등 많은 진보개혁적 교육단체가 합의·추진하고 있는 '대학통합네트워크' 안이 있다. 이 안에 따르면, 일차적으로 전국의 국공립대를 단일의 공동학위 대학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예컨대 경북대와 전남대 등 국립대들이 서울대와 하나의 대학이 된다. 나아가 현재 20%대에 머무르는 국공립대학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비리 대학이나 재정이 취약한 사립대학들을 준국공립적 성격을 띤 '정부지원형 사립대학'으로 재편하게 된다.

이러한 개혁의 바탕 위에서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해 국립대와 사립대를 아우르는 1년간의 '공통 국립교양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국공립대를 단일대학으로 통합하는 안은 프랑스 파리의 국립대학과 같은 예가 이미 있다. 이 방안은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국공립대 공동학위제'라는 대선공약으로, 또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혁신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통합된 국공립대학은 권역별로 특정 영역들을 특성화해 교육자원의 '선택과 집중'을 강화함으로써 국립대학의 국제경쟁력도 강화하게 될 것이다.

내 생각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도전했던 두 가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기득권 질서를 들라고 하면 서울 중심의 지역 불평등 구조와 학벌로 상징되는 교육 불평등 질서이다. 노 전 대통령은 전자를 혁파하기 위하여 '수도이전' 공약을 대선에서 전면화했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또 하나의 국민적 개혁과제를 들라고 하면 그것은 바로 학벌질서의 개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온건보수주의자, '교육을 통해 계급재생산'에 반대하는 진보적 자유주의자, 급진진보세력들이 국민적 과제로서 만날 수 있는 개혁과제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정치사회학)·민교협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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