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여론조사와 여론몰이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2012. 6. 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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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從北)·주사파 논란에 휩싸여 있는 통합진보당 의 이석기 의원은 사회동향연구소란 여론조사회사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이 조사회사가 지난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직후에 실시한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남북공조를 통한 민족대화'(55%)와 ' 미국 에 대북 압박정책의 포기 요구'(14%) 등 온건책에 대한 선호가 69%에 달했고, '대북제재 동참'은 28%에 그쳤다. 이와는 정반대로 당시에 MBC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대북 포용정책 추진 여부에 대해 '중단'(36%)과 '축소'(36%) 등 부정적 평가가 72%였고, '지속'은 24%에 머물렀다.

사회동향연구소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노동정책 등에 대해선 부정적이었지만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는 유리한 조사결과를 계속 내놓았다. 지난 4월 총선 직전에 발표한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 여론조사에서는 통합진보당 김선동 후보가 민주통합당 노관규 후보를 9%포인트 앞섰다. 그 시점의 다른 여론조사는 대부분 박빙이었다.

최근에는 친노(親盧) 측과 관련된 여론조사가 눈길을 끈다. 얼마 전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리서치뷰에 의뢰한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 여론조사에서 35%를 얻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31%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앞섰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인 2008년 9월에 설립했고, 친노 진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출신인 김용익 서울대 교수이며, 그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6번으로 당선됐다. 이 조사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누가 민주당 대표로 적합한가'도 물었는데, 이해찬 전 국무총리(33%)가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17%)에게 크게 앞서는 1위였다. 이 전 총리는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의 현직 고문이다.

정치권에서 내부 전략 수립을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사결과를 굳이 외부에 발표하는 것은 오해를 살 만하다. 사회동향연구소나 한국미래발전연구원으로선 "여론조사 데이터 조작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항변할 것이다.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맨 셈이다. 더구나 지금의 야권은 지난 2007년 대선 때 MB 캠프의 핵심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그해 초반까지 회장으로 재직했던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공정성과 중립성 문제를 제기하며 친박(親朴)계와 함께 거세게 비난했었다. 당시에 다른 여론조사들도 모두 이명박 후보가 선두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갤럽이 불만의 타깃이 됐는데, 현재 야권은 이보다 한술 더 떠서 조직적으로 '여론몰이'에 나선 듯하다.

정치권에서 여론조사를 여론의 확인이 아니라 여론몰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것은 각종 선거의 당내 후보 경선과 정파 간 후보 단일화 등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대중(大衆)은 통계자료에 약하다'는 확신도 작용했겠지만, 대다수 유권자는 이런 여론몰이에 넘어갈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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