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상한 투표에 목맨 대한민국

심상복 2011. 4. 2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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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심상복]

심상복논설위원

전화나 인터넷 투표는 특별한 장치를 갖추지 않는 한 문제가 있다. 투표의 핵심인 공정성과 대표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재미로 인기를 가리는 용도로 쓰이곤 한다. 지금 제주도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목매고 있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도 그런 것이다.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라는 스위스의 한 민간단체가 벌이고 있는데, 전화와 인터넷으로 세상에서 풍광이 빼어난 7곳을 뽑는 행사다. 인터넷 투표는 한 번만 허용되지만 전화와 문자 투표는 무제한이다. 단 국제통신이라 돈은 든다. 전화 한 통은 180원, 문자는 150원이라고 한다. 전화비만 있으면 소수의 인원으로 얼마든지 표를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주최 측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 투표의 신뢰성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질문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영화제작자 겸 탐험가인 베르나르드 베버라는 사람이 이끄는 이 단체는 2007년 7월 지금과 같은 식으로 '세계 신(新) 7대 불가사의'를 선정해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 직후 시작한 게 7대 자연경관 선정 작업인데, 투표는 올 11월 11일 마감된다. 그동안 두 차례 예선을 거쳐 현재 최종 후보 28곳이 경합하고 있다. 제주 외 갈라파고스섬(에콰도르), 그랜드캐년(미국), 할롱베이(베트남), 아마존(브라질), 사해(이스라엘), 몰디브섬(몰디브), 킬리만자로(탄자니아) 등이다.

 제주의 승리를 위해 지난해 말 범국민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위원장은 정운찬 전 총리가 맡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김윤옥 여사를 명예위원장으로 추대하는 행사도 열었다. 김 여사는 이날 직접 휴대전화로 제주에 한 표를 찍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 표를 보탰다. 국회는 지지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재미 삼아 하는 인기투표가 한국에선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정운찬 위원장) 국가적 사업이 된 것이다.

 민간단체가 벌이는 행사에 정부 요인이 전면에 나서는 건 모양이 좀 그렇다. 고두심·김태희 등 연예인이 홍보대사로 나서고 있는데 이 정도가 적절하다는 말이다. 지방자치시대에 제주도가 나서는 것도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우근민 지사를 비롯한 모든 공무원이 이 투표에 매달려 있는 건 지나치다. 우 지사는 통신료는 도청이 전액 부담하겠다며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목적을 위해 수단은 가리지 않는 모습들이다. 뉴세븐원더스 홈페이지에는 한글 배너광고가 펄럭거리고 있다. 한국인 방문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 투표에는 전국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농협과 대한상의도 동참하고 있다. 투표자 중에는 유네스코가 이 행사를 주관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유네스코는 무관하다고 밝혔는데도 말이다.

 제주도는 이미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로부터 '트리플 크라운(3관왕)'을 따냈다.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것이다. 세계에 제주를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재료다. 이걸 제대로 홍보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심상복 논설위원

▶심상복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sim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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