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구글의 비즈니스모델 변천사

2010. 2.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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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플랫폼이 스마트폰으로 귀결되면서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은 경쟁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두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광고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글

구글(google.com)은 네이버, 야후와 같은 검색 사이트로 시작해 2000년대에 가장 크게 성공한 미국 기업이 됐다. 구글의 역사는 신기록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8월 19일에 상장된 구글은 상장 1년 만에 미국 내 20대 기업에 든 최초의 기업, 1년 만에 시가총액 1000억달러(당시 약 100조원)를 달성한 최초의 기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구글은 세계 경기불황으로 소니가 14년 만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2008년 4분기에도 매출 57억달러, 순이익 3억8200만달러라는 성적을 보일 정도로 실적이 좋다.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클리어와이어에 투자한 11억달러가 아니었다면 순이익은 더욱 컸을 것이다.

여전히 세계 경기가 침체됐던 지난해 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한 66억7000만달러 매출에 영업이익은 19억7600만달러나 된다. 검색 시장점유율은 80%에 달하는 사실상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고, 온라인광고 시장의 점유율도 70%에 달한다.

컴퓨터회사에서 멀티미디어회사로 탈바꿈한 애플

애플(Apple Inc.)은 애플컴퓨터(Apple Computer Inc.)였으나 유비쿼터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컴퓨터 의존도가 줄자 컴퓨터라는 이름을 빼고 애플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애플의 역사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나 마찬가지다. 거의 파산위기까지 몰린 애플사의 간청으로 97년 7월에 스티브 잡스는 임시 CEO로 다시 친정인 애플로 복귀했다. 복귀 후 98년 8월에는 속이 보이는 투명한 아이맥을 발매했는데 첫 달에만 80만대가 팔리는 성공을 거두면서 애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이후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 아이튠즈 스토어, 아이폰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애플사를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다시 성장시켰다. 2001년 9월에 발표한 MP3플레이어(MP3P) 아이팟(iPod)은 미국에서 거의 독과점 위치까지 올라서는 성공을 거뒀고, 이어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음악 판매 서비스인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iTMS·iTunes Music Store)에서는 한 곡당 99센트에 노래를 판매했다. 아이튠즈의 노래 판매는 순식간에 1억곡을 돌파하고 이어서 50억곡을 돌파하면서 MP3 파일의 유료판매 시장을 개척하는 성과를 거뒀다.

스티브 잡스 MP3로 대변신

애플은 2000년 아이맥(iMac) 컴퓨터의 하강세로 전년 동기 대비 57%나 감소하는 위기에 처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때 음악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당시 스티브잡스는 냅스터라는 P2P 프로그램을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 음반매장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클릭 몇 번으로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결국 편한 것을 찾아 이동한다. 불법 합법 여부를 떠나 사람들은 번거롭게 매장에 가기보다는 집에서 클릭 몇 번으로 음반을 구입하려 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음반 시장 진출이 늦었음을 후회하면서도 기회를 엿본다.

시장은 CD워크맨 시장을 지나 다이아몬드(Daimond Multimedia Systems, Inc.)사의 리오(Rio)와 같은 MP3P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지금 진출해도 최소 3년은 늦은 진출이다. 그럼에도 스티브 잡스는 음악 시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플레이어나 음원 판매를 통한 매출이 최종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21세기 경제는 소비자의 주목(Attention)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다. 소비자가 한 시간 동안 TV를 본다면 그 시간만큼 독서, 만화, 영화,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한 시간 동안 게임을 한다면 그 시간만큼 운동, 독서, TV를 못 즐기는 것이다. 소비자의 주목은 한정된 귀한 자원이고, 21세기의 경제 전쟁은 소비자의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산업 간 싸움이 될 것이다.

음악은 소비자의 시간을 뺏을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강력한 수단이다. 스티브 잡스가 영화나 TV가 아닌 MP3 시장에 집착한 이유는 단순하다. '영화는 두 번 이상 보지 않지만 음악은 백 번 천 번도 듣기 때문'이다. 하루에 영화는 한 시간 보기도 힘들다. 그러나 음악은 하루 종일 우리의 삶과 함께한다. 만약 MP3P 시장을 장악한다면 사람들의 손에는 항상 애플 로고가 존재할 것이고, 사람들의 눈과 귀는 항상 애플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사람들과 24시간 함께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 스티브 잡스는 음악 시장을 공략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스탄(Stan Ng)을 비롯한 단 두 사람이 2001년 2월에 'Skunk works(비밀 업무)'를 받고 3개월 동안 시장조사를 했다. 그리고 시장에 나온 제품들이 형편없으며 불만이 많다고 보고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자신들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불과 몇 개월 만에 두 사람은 아이팟(iPod)이라는 제품을 만든다. 물론 중간에 수십 명의 개발팀을 결성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출하된 아이팟은 미국인이 24시간 들고 다니는 주목경제의 주역이 됐다.

스티브 잡스가 바라던 대로 24시간 사람들의 손과 눈, 귀를 사로잡는 위치에 애플이 선 것이다. 2007년에 나온 아이폰이 손쉽게 사람들의 손에 쥐여졌던 이유는 아이팟이 이미 사람들의 주목을 빼앗은 뒤였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성공은 국내 휴대폰 시장의 유통구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까지 휴대폰 시장은 모토로라 삼성전자와 같은 단말기 제조회사와 SK텔레콤과 같은 이동통신사 두 산업군이 지배했다. 그런데 아이폰은 유통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꿨다.

똑같은 단말기를 각기 다른 이통사에 제공해 이통사에서 단말기에 소프트웨어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바꿔버렸다. 휴대폰 시장의 유통구조를 정반대로 바꾼 것이다.

구글, 모바일로 광고시장 넓힌다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Android)는 모바일용 기기용 플랫폼이다. 얼핏 보면 구글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한 행보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구글의 수익모델은 '광고'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든 이유는 차세대 광고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다.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모바일검색 시장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문제는 기존의 피처폰은 광고를 보여줄 면적이 없다는 것이다. 문자메시지 몇 줄 보여주기도 모자란 공간에는 검색결과 한두 개만을 보여주기도 벅찼다. 광고를 실을 면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구글이 모바일검색 시장에서 1위를 한다는 보장도 없지만 1위를 한다고 해도 광고를 실을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하는 것이다. 만약 일반폰을 이용한 모바일검색이 생활화된다면 구글은 모바일검색 시장에서 광고 수익이 0원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실을 수 있는 땅을 넓혀야 한다. 그래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만들고 800해상도 이상의 스마트폰 시장으로 넘어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가로 800픽셀 이상의 해상도라면 PC처럼 화면을 보여줄 수 있기에 광고 면적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 구글이 넥서스원을 만든 이유 역시 넥서스원을 판매해 돈을 벌기 위함보다는 안드로이드폰의 표준을 제시해 광고 면적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

구글은 B2B, 광고 확대가 목적애플은 B2C, 소비자 잡는 것이 목표

역사적인 배경과 현황을 보면 알겠지만 구글은 회사 매출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한다. 광고는 기업이라는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는 B2B사업이다. 구글은 B2B광고 서비스업체인 것이다. 반면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컴퓨터를 팔아서 돈을 버는 회사다. 매출은 모두 소비자로부터 얻는다. 애플은 B2C 제조업체인 것이다. 이렇게 수익모델이 다른 두 회사가 낸 스마트폰은 모양만 같을 뿐 목표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애플은 고객에게 판매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낸 것이고, 구글은 광고 시장을 넓히기 위해 스마트폰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두 기업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 시장을 잠식하고, 애플이 콘텐츠 시장을 발판으로 광고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에 두 기업이 시장에서 일부 충돌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임은 틀림없다.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handal@gmail.com]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4 합본호(10.02.17/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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