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구마노 히데오의 일본통신] 가난해진 日本, 사라진 중류층

熊野英生·다이이치 입력 2011. 9. 17. 03:24 수정 2011. 9. 1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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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의 1인당 가계소득은 지난 수십년 동안 계속 감소해 왔다. 2009년 소득(248만엔)은 가계소득이 정점을 기록한 2007년(293만엔)에 비해 15% 줄었다. 10년 전인 2009년에 비해서도 10% 감소한 수준이다.

일본의 소득 감소 현상은 주로 어느 계층의 소득 감소에 의해 진행된 것일까? 일본의 세대당 연간 소득 분포〈그래픽1〉를 보면, 지난 10년 사이(2000∼2010년) 가장 현저하게 감소한 세대는 연간 700만엔 이상을 벌던 세대임을 알 수 있다. 반면 소득 분포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다수파 세대는 10년 전 연간 1000만∼1250만엔 세대(2000년)에서 300만∼400만엔 세대(2010년)로 바뀌었다. 결국 일본 사회에서 풍요의 대명사였던 두꺼운 중류 계층의 감소가 일본의 평균 가계소득을 하향 이동시킨 중심 원인인 것이다.

◆동전 하나로 점심을 해결하는 시대

중류 계층 감소의 영향은 소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예를 들어 일찍이 격렬하게 경쟁하던 일본의 거대 백화점그룹은 경영 악화로 통합을 선택하고 있고, 지방 백화점은 어쩔 수 없이 점포를 잇달아 폐쇄하고 있다. 음식업계에서도 1990년대 전반까지 융성하던 패밀리레스토랑 체인이 현저히 위축돼 존재감을 잃고, 대신 염가 레스토랑이 시장을 압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요즘 도시 샐러리맨들은 500엔 동전 하나로 쇠고기 덮밥, 파스타, 햄버거 등 무수한 종류의 런치 메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같은 소비의 변용을 "경쟁 메커니즘을 통해 소비자가 싸고 좋은 것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할지 모른다. 하지만 고도성장기에 비약하던 일본 경제를 기억하는 세대는 "많은 일본인이 궁핍해지면서 염가 판매의 레스토랑밖에 이용할 수 없게 됐다"고 한숨을 쉴 뿐이다.

◆양극화 논리는 정치적 선전술에 불과

지난 10년 동안 가계의 소득 분포 변화를 두고 많은 일본 정치가들은 "격차 확대"라고 이야기한다. 소수의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그 대가로 다수가 희생돼 소득이 더 줄었다는 양극화의 논리다.

하지만 이런 양극화 사고방식은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분석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희생된 사람들의 소득이 모두 부자의 소득으로 돌아갔다면 그동안 일본 국민의 평균 소득은 왜 10~15%나 격감했을까? 일본에서 고소득자가 증가했다고 하지만, 늘어난 숫자는 10년 동안 0.1%에 불과하다.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돈을 벌고 있을 것'이란 선입관은 주로 불황기에 나타나는 질투의 감각이다. 포퓰리즘은 그 착각을 과장한다. 양극화 논리는 가계의 저소득화를 누군가의 책임으로 돌리고 민중의 불만을 누군가에게 향하게 하려는 정치적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인은 왜 가난해졌나

경제적으로 올바른 해답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일본 경제가 정체되면서 기업은 중류 소득층에 배분하던 임금을 극단적으로 쥐어짰다. 경기(景氣) 요인이다. 둘째, 중상류 소득 계층이 직장에서 은퇴해 연금 생활자로 전환됐다. 인구 고령화 요인이다.

일본 기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청년층의 신규 고용을 압축한 것과 동시에, 고용한 젊은이들의 임금 수준도 늘리지 않았다. 이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젊은이가 중·장년에 이르러도 옛 중·장년이 얻은 것과 같은 수준의 소득을 얻지 못했다. 중류에 대한 기업의 대우가 다음 세대로 이전되지 않음에 따라 근로자의 생애(生涯) 소득이 하향 평준화된 것이다. 이것이 소득 분포의 변화를 야기한 원인이다.

세대당 연간소득 분포〈그래픽1〉를 근로세대와 비(非)근로세대로 나눈 소득 분포〈그래픽2〉를 보면 이런 설명은 보다 설득력을 가진다. 지난 10년 동안 근로세대에서는 연간 700만엔 이상 소득층이 주로 줄었다. 한편 자영업자나 연금 생활자로 구성된 비근로세대는 연간 소득이 300만∼400만엔인 세대가 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류 근로자는 줄어들고 중류였던 근로자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은퇴해 저소득층으로 변한 것이다.

◆중류의 번영=국가의 번영

일본에선 대기업에 들어갈 수 없는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커리어 형성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도 연장자가 젊은 인재를 육성하는 여유를 찾지 못하고 단기간의 실적을 올리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풍토가 조성됐다. 사회 전체에서도 기회의 평등보다 결과의 평등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 결과, 많은 젊은이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한탄한다. "일본 경제의 미래상이 암울하다"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다. 근로자로서 성실하게 일해도 자신의 처우가 향상되지 않는다는 현실, 일찍이 일본의 번영을 상징하던 중류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젊은이들이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든 중류 계층이 번성하지 않으면, 국가 전체의 경제적 번영을 실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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