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믿고 투자할 수 있는 中 시장 투명성 절실

크리스토퍼 발딩 베이징대 HSBC경영대학원 교수 2016. 8. 2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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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기업공개(IPO) 자료를 조작한 단둥신타이일렉트릭(丹東欣泰電氣)을 상장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금융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단둥신타이일렉트릭은 기업 자료 조작으로 선전(深玔) 증권거래소 창업판(차이넥스트)에서 퇴출당하는 첫 기업이다.

크리스토퍼 발딩 베이징대 HSBC경영대학원 교수

중국 감독 당국은 자국 자본시장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은 겉만 '시장'이지 실상은 다르다. 중국 당국은 주가 부양을 위해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 채권시장은 국영기업 위주로 투자가 이뤄졌고, 파생 시장은 아직 이렇다 할 거래가 없는 상황이다. 기업의 재무제표 공개는 아직 철저히 이뤄지지 않고 있고 내부자 거래와 기업 지배 구조에 대한 의혹도 만연해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기업이 IPO 절차에 들어가면 규제 당국이 기업에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결정되도록 한다.

중국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규제 당국이 기업의 재무제표와 이력을 평가해 기업 가치를 결정한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지는 나중에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알아내야 한다.

그 결과 중국 자본시장은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올 들어 7월까지 해외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감소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은 여러 차례 중국 국내 기업 주식을 MSCI 지수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국 개인 투자자조차 자국 기업에 투자하길 꺼린다. 올해 7월 50만위안 미만의 개인 투자자 계좌 수는 작년 7월 4740만좌에서 4680만좌로 감소했다.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주요 상업은행의 주가다. 전 세계 은행들의 주가자본비율은 12인 데 비해, 중국 은행들의 PER은 5에 불과하다. 중국은행이 보유한 부실 부채가 겉보기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선강퉁(深港通·중국 선전과 홍콩 거래소의 교차 거래)은 해외 투자자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IT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통로다. 그러나 중국이 제공하는 기업 정보를 투자자들이 믿지 못한다면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금융 당국은 단둥신타이일렉트릭의 상장폐지가 미칠 파급 효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당국의 최우선 과제는 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담긴 공시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기업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하면 부실채권 급증 등 나쁜 정보도 나오겠지만, 금융 당국이 이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중국에는 시장 투명성이 지켜지고 건전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중국 당국은 주가만 높으면 주식 시장이 잘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 환경이 공정하다는 믿음을 갖지 못한다면 중국은 결코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가 되지 못할 것이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중국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며 투자를 할 수 없듯, 중국은 높은 주가 상승률에만 의존해 현금을 끌어모을 수 없다. 단둥신타이일렉트릭 상장폐지 사례에서도 보듯, 중국 당국은 금융시장이 건전하게 움직이려면 가격이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떨어질 때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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