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성장에 취한 '하늘 만리장성'.. 흉물 외관에 조롱거리로

베이징 2013. 11. 3. 15: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52m 이상 초고층건물 470개 완공·323개 공사중엄청난 빚더미위에 지어 "경제위기 오면 저주될 것"호화 지방청사 건립 경쟁은 건설 비리·부패 상징으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CCTV의 사옥이 최근 중국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상한 모양의 외관도 그렇지만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중앙방송인 CCTV가 수십억위안씩의 돈을 들여 호화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꼴사납게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하늘 만리장성을 쌓는 것처럼 초고층건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런 초고층건물들이 빚더미 위에 건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뿌린 4조 위안의 유동성과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가 주택시장을 거쳐 이제는 마천루로 옮겨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신흥국들에서 호황 때 초고층건물 붐을 일어났다가 후에 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말레이시아는 페트로나스타워(452m)가 완공되고 외환위기를 맞았고 사막의 꽃이었던 두바이는 2009년 828m의 부르즈칼리파가 완공된 후 부채위기를 맞으며 휘청거렸다. 마이클 패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완화된 금융정책을 이용해 유동성을 끌어들여 건물을 올리지만 결국 부채가 되고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저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롱 당하는 마천루=

베이징의 마천루들은 시민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10억 위안을 들여 2009년 착공해 내년 5월 150m의 높이로 완공예정인 인민일보 사옥을 시민들은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냐"며 비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황금색에다 남자의 성기 모양으로 생긴 외관이 베이징 중심의 흉물로 자리 잡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해외 건축설계에 의존하던 중국이 자체적으로 건물설계를 한 인민일보 사옥은 설계 당시부터 문제가 됐지만 최근 황금색의 외벽이 모양을 드러내자 CCTV사옥과 함께 꼴불견 건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인민일보 사옥의 황금외벽이 논란이 되면서 성장에 취해 주변을 고려하지 않은 못난 디자인의 고층 건물들도 중국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북경아시아올림픽 중심 상권에 위치한 진췐시대, 장쑤성 양중원예공원의 황금 복어, 장쑤성 화시촌의 328m의 스카이화시 빌딩은 '벼락부자의 상징'으로 일컬어진다.

내복바지 같다는 쑤저우의 동펑지먼 호텔, 고대 동전모양의 설계라고 하지만 세계 10대 못난이 건물로 선정된 심양의 팡위안 빌딩 등은 중국인이 선정한 대표적인 실패 건물로 꼽힌다.

중국은 현재 초고층 건물의 국제기준인 152m 이상 건물이 470개 완공됐고 323개가 건설중이다. 계획이 발표된 건물만도 512개에 달한다. 계획대로 시공된다면 10년안에 1,300여개의 마천루가 건립되는 셈이다. 특히 건설 중인 세계적인 초고층 건물 10위안에 들어가는 건물중 절반이상이 중국에서 건설되고 있다. 지난 7월 기공한 후난성 창사의 202층(838m) 건물인 톈쿵청스를 비롯해 광둥성 선전 핑안국제금융센터, 상하이센터빌딩, 후베이성 우한그린센터, 톈진 중국117빌딩 등은 모두 세계 10위안에 든다.

◇체면 세우기가 부패경쟁으로=

경쟁적인 지방 호화청사는 부패의 상징으로 변했다. 산둥성 지난시 정부청사인 룽아오빌딩. 2009년 지어진 이 건물은 면적안 39만㎡에 달한다. 지하1층 지상 15층으로 40억위안을 들여 지어진 룽아오 빌딩은 공공건물로는 미국 펜타곤에 이어 두 번째 규모라고 한다. 지난해 말 완공된 안후이성의 푸양시의 시정부 청사는 10억위안에 달하는 건축비도 문제지만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그대로 본떠 만든 화려한 외관에 중국인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심지어 쓰촨성 산파이현은 지진복구성금으로 호화청사를 건립해 중앙정부의 강력한 제재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지방정부가 이처럼 호화청사 건설에 목을 매는 것은 성장률 경쟁 때문이다. 호화청사를 성장의 상징으로 혈세를 쏟아 붓고 건설과정에서 갖가지 부패가 지방정부를 병들게 하고 있다. 주리자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지방관리들의 호화청사병은 뿌리깊은 중국의 부패병"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당국은 지난 7월 향후 5년간 정부 청사의 신축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지만 별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패척결을 위해 중앙 정부가 지방정부의 청사 신축 금지령을 내리자 지방정부들은 청사의 '서비스센터', '비즈니스센터' 등으로 이름을 바꿔 건축사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장쑤성의 한 정부 소유 전력회사 건물은 '발송 센터'로, 공안 당국 건물은 '기술 조사 센터'로 이름을 바꿨고 후베이성에서도 역시 정부 인사부서와 공안부서 건물들이 각종 위장이름으로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안후이성의 한 현 청사는 아예 건물 바깥에 눈에 띄는 모든 표시를 없애는 바람에 지역민들사이에서도 이 건물이 현 청사인지도 모르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