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케인스 VS 하이에크 '제 2라운드'

권성희 기자 2011. 9. 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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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는 믿음 안 가고 하이에크는 무능해

[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케인스는 믿음 안 가고 하이에크는 무능해]

매월 적자로 빚이 늘고 있는데 수입은 더 줄었다. 허리띠를 졸라매 적자를 줄여나가 빚이 축소되기를 기다려야 할까, 수입이 늘어나기를 기대하며 돈을 더 빌려 투자하는 것이 나을까.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것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의 해법이고 투자를 확대해 수요를 살려 경기 하강의 악순환을 끊으라는 것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처방이다.

글로벌 경제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이후 다시 침체의 늪에 다가서며 추가 부양 논란이 한창이다. 날로 늘어나는 재정적자가 위기의 한 축이지만 제로성장에 멈춘 경제가 위기를 가중시키는 딜레마 상황의 연속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죽은 경제학 거장들'의 재격돌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오바마의 케인즈식 '일자리 창출 법안'

▲케인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470억달러, 한국 돈으로 거의 500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내놓았다. 재정을 풀어 침체된 고용시장과 활력이 떨어지는 경제를 직접 공략하겠다는 전형적인 케인스 해법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케인스란 말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지난 2009년 8250억달러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했을 때 '케인스의 부활'이라 조명 받았을 때와 다른 상황이다.

이유는 대규모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업률은 여전히 9.1%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경제성장률은 올 상반기에 다시 1% 밑으로 떨어지면서 케인스식 경기 부양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지배구조 연구원인 윌리엄 A. 갤슨은 지난 9일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문에서 "철저한 케인즈학파조차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이 당장 시행된다 해도 성장과 고용에 영향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이번엔 다르다'라는 책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경기 사이클의 하강 때문이 아니었다면 전형적인 수요-공급 정책은 일시적 처방일뿐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갤슨이 언급한 전형적인 수요-공급 정책이란 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져도 투자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갇혔을 때는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라도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케인즈식 해법을 말한다.

갤슨의 요지는 한 마디로 지금의 경기 부진은 케인스식 발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그는 기업의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감세 또한 답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허리띠부터 졸라매자는 '하이에크' 공화당

▲하이에크

지난 7월말 재정적자가 더 늘어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채무한도 증액을 조건으로 내걸며 과감한 긴축안을 요구했던 공화당은 하이에크식 해결을 선호하고 있다.

지금은 공화당 대선 경쟁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은 해변으로 여름휴가를 갈 때 루드비히 폰 미제스의 책을 가져간다고 말할 정도로 신자유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폰 미제스는 하이에크와 함께 신자유주의의 거두로 손꼽히고 있다.

공화당 내 대선 후보 경쟁에서 양자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도 바크먼처럼 노골적이진 않지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포함해 공화당 어느 누구보다도 보수적인 하이에크파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하이에크식 접근법이 지금은 아무런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하이에크는 경기가 위축될 때는 금리를 낮추고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투자가 늘고 개인의 소비가 늘어 자연스럽게 경기 회생의 계기가 마련된다고 봤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사실상 제로(0)금리인데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양적완화를 추진했음에도 경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죽했으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조차 지난달말 잭슨홀 연설에서 지금 이 상황에서는 행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을 정도였다.

하이에크의 조언은 정부는 개입을 자제하고 재정지출을 줄여나가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의 균형을 잡아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의 조짐이 재현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무기력할 뿐이다.

◆그래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지난 6일 칼럼에서 미국이나 유럽이나 지금은 부채 걱정하지 말고 정부가 일단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해 케인스의 손을 들었다.

가계 부채가 줄어들거나 기업 흑자 규모가 늘어나는 등 민간 부문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재정을 지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 등도 정부가 지금은 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럽의 재정위기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경제성장률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덫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정부가 재정을 늘리면 기업과 소비자는 세금과 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해 결국 부양 효과가 없어진다는 하이에크 학파의 주장에 대해서도 케인스 학파는 뚜렷한 반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울프는 정부가 돈을 빌려 효율적으로 쓰면 지금의 저금리를 감안할 때 이자 비용보다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강조하지만 정부가 돈을 잘 쓸 것이라는 신뢰는 별개 문제다.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을 놓고 갈등하는 것도 그리스 정부의 효율적인 지출 능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으로선 2008년 금융위기 직후처럼 다시 케인스에 기대자는 의견이 많지만 속으로는 다들 '글쎄'라는 회의가 드는 것, 이것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 사실앞에 겸손한 정통 뉴스통신 뉴스1 ]

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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