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강한 남자' 신드롬..재정파탄 낸 베를루스코니 재기비결
한때 이탈리아를 국가부도 위기까지 몰아넣어 권좌에서 밀려난 후 정계은퇴까지 선언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25일 총선에서 오뚜기처럼 부활했다.
그가 이끈 자유국민당은 하원 124석(전체 630석)과 상원 116석(315석)을 차지해 제2당으로 떠올랐다. 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좌파연합도 상원에서는 113석에 그쳐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프란시스코 기우멜리 프라하 메트로폴리탄대 교수 등은 뉴욕타임스 국제판인 IHT 신문 27일자 기고문에서 "이번 이탈리아 총선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정당이 없다는 것은 사실상 잊혀진 존재인줄 알았던 베를루스코니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평했다.
온갖 비리 혐의에다 끊이지 않는 성추문, 마피아와의 부적절한 관계, 그리고 올해 78세의 고령이기까지 한 베를루스코니를 이탈리아 국민들은 왜 그토록 좋아할까? 기고문은 4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① 언론장악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언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거부로 알려진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최대 언론재벌이기도 하다. 그가 소유한 언론사인 미디어셋은 총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주식이 10% 치솟았다.
언론조사기관인 프리덤 하우스는 이탈리아를 유럽에서는 유일하게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로 분류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 재계와 언론계를 주무르는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이미지를 조작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② 포퓰리즘 정책
두 번째, 그가 선거에서 이겼을 때 국민들에게 직접 돌아가는 혜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994년 정계에 진출한 그는 지역구 주민들에게 선심성 정책을 남발해온, 이른바 금권정치로 유명하다.
기업가든, 일반 소비자든 그를 뽑아준 사람은 누구나 세금 환급 같은 직접적인 정부규제 완화의 수혜자가 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자유국민당은 재산세 환급 등을 공약했다.
③ 카리스마 정치인 선호
역사적으로 이탈리아 유권자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강력한 지도자들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강한 남자(Uomo forte)' 신드롬이다. 이는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살 정도다. 1920년대 무솔리니를 비롯, 1970년대 이탈리아 공산당의 엔리코 베를링구에르, 그리고 1980년대 사회당 베티노 크락시 총리까지 모두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들이다.
베를루스코니 역시 그런 계열이다. 78세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는 건장함, 잘 차려입은 수트, 거침없는 언변, 그리고 자신의 부를 과시할 줄 아는 자신감까지 그는 과거 역대 정치인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가졌다.
④ 축구광 기질 정치에서도
베를루스코니의 선전(善戰) 뒤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국민성도 작용한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축구는 물론, 정치에서도 광팬의 기질을 보인다. 이는 좌파와 우파가 대립하던 냉전 시기 이후에 정착된 것이기도 하다.
베를루스코니는 전형적인 보수 정치인으로 우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여겨진다. 이탈리아는 세계 3대 축구 리그 중 하나인 세리에 A를 가진 나라다. 베를루스코니는 세리에A의 명문구단 AC밀란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기고문은 요컨데 "사회적으로나 문화적, 경제적으로 쇠퇴기를 맞은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베를루스코니는 현실도피의 수단이었을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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