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원전 '뻥튀기 수주' 들통

2011. 1. 31. 20: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사업비 절반 넘는 12조원 대출 약속

전문가들 "채권발행 조달땐 금리차 역마진 우려"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하면서 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대출해주기로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통상적인 플랜트 수출금융의 일환이라고 해명했지만, '수주액 뻥튀기' '파병 조건부 수출' 의혹 등과 겹치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30일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은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와 원전 수출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전체 수주액 186억달러 가운데 100억달러(약 12조원)가량을 한국 정부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대출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대출 상환기간은 28년이며,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아랍에미리트보다 낮아 비싼 금리로 돈을 빌려다가 싼 금리로 빌려줘야 해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100억달러 대출금을 수출입은행이 조달하지 못해 지난해 연말로 예정됐던 1차 공사 기공식이 늦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은 31일 해명자료를 내어 "원전 등 해외 플랜트 수주에 대한 수출금융 지원은 국제적인 관례"라며 "대출 규모와 금리 등 조건은 향후 아랍에미리트연합 쪽과 협의를 통해 확정되겠지만, 대출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해 우리 쪽이 손해를 볼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이번 대출 건은 오이시디의'수출신용협약 원전플랜트 양해'의 적용을 받는데, 금리는 미국 국채수익률에 대출기간과 신용도 등을 감안한 마진을 붙여 정하도록 돼 있다"며 "구체적 대출 기간과 금리는 협상을 해봐야겠지만 역마진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 업무에 밝은 금융권 전문가들은 정부 쪽 해명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이시디 가이드라인은 대출금리의 적정선만 제시하고 있다"며 "만약 수출입은행이 대출금 조달을 위해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면 역마진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0% 정부 출자 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최근 국제금융 시장에서 발행한 채권의 금리는 4.2%대다. 한 증권사 국제금융 담당 임원은 "현재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3%대임을 고려하다면 수출입은행의 원전 프로젝트 대출에서는 역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수출입은행이 수익성이 불투명한 해외 프로젝트 대출에 100억달러를 쏟아부으면 중소기업 수출입금융 지원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서도 "보도를 보니 어안이 벙벙…즉각적인 국정조사를!"(아이디 patriamea), "아 국민소환이 필요합니다!"(아이디 HongAhn) 등 정부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야당도 "엄청난 거짓말이 탄로나고 있다"(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며 정부를 압박했다.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어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자력발전소 수출 건은 수주 당시부터 수주 금액과 군사적 협력 등 각종 이면계약 논란이 있었다"며 "건설비용 대출 건은 이런 논란 가운데서도 정점을 이루는 사안인 만큼 국회가 국정조사에 착수해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공식 SNS 계정: 트위터 www.twitter.com/hanitweet/ 미투데이 http://me2day.net/hankyoreh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