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 엉뚱한 곳에 펑펑 쓰더니.. 22일 국무회의, 반성도 토론도 없이 6500억(1년간 느는 보험료 총액) 올렸다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2011. 3. 2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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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개 안건에 묻혀 통과.. 돈 더 거둬도 적자 못메워.. 2013년 적립금 완전 고갈

"고용보험 보험료 징수에 관한 대통령령 개정안, 이의 없으면 통과하겠습니다."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장관도 아무 말이 없었다. 22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는 고용부가 제출한 고용보험료율 인상 안건을 별다른 토론이나 논란 없이 법률공포안 58건, 법률안 7건, 대통령령안 91건 등 총 159개의 안건과 함께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고용보험료율이 기존 0.9%에서 1.1%로 올라가면 국민의 부담이 1년에 약 6500억원(고용부 2011년안 기준) 늘어나는데도 요율 인상안이 반성의 목소리 없이 다른 사안들에 묻혀 통과된 것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더 거둬도 장기적인 실업급여 적자를 메우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만 해도 1조원대의 적자(국회예산정책처 추산)가 예상된다. 2006년 5조원으로 불어났던 실업급여 적립금도 올해 2조원대로 뚝 떨어진 상태다.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재정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7년에 처음 적자(5764억원)를 냈다. 이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추가로 3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적립금이 완전히 고갈되고, 2015년에는 4조원대의 빚을 지게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고용보험기금이 위기에 몰렸는데도 정부가 직업체험관(2000억원)과 고용지원센터(5500억원)를 마련하면서 7500억원 이상을 기금에서 꺼내 사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고용부는 이 과정에서 근로자와 전문기관의 반대 의견에도 귀를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고용안정과 직접 관련 없는 사업에 고용보험기금이 재원을 조달하느냐'고 문제 제기를 했지만, 노동부는 들은 척도 안 했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직업체험관 건립 재원은 노동부 일반 회계 예산에서 조달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었다. 하지만 고용부는 "합법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되면 요율을 더 올리거나 정부 예산으로 지원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돼 있다. 이정식 한국노총정책본부장은 "고용보험운영위원회에 심의를 해서 요율이 결정되고 있지만 모든 권한은 정부가 쥐고 있고 주인인 근로자와 기업은 정부의 들러리를 서고 있다"면서 "고용보험기금을 마구 쓰는 것을 감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고용부는 "직업체험관 등에 사용한 재원이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온 것은 맞지만 실업급여 계정이 아닌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에서 나온 것이므로 실업자에게 줄 돈으로 호화 건물을 지은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별도의 복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할 육아휴직·출산휴직수당도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에서 갖다 썼다. 이렇게 빠져나간 돈이 2002년 이후 2조5000억원이 넘는다. 남성일 서강대교수(노동경제학)는 "고용보험기금 내에 두 계정이 분리되어 있는 것과 기금을 방만하게 운영한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고용보험의 핵심 기능인 실업급여가 무너지면 결국 국민의 복지 안전망에 큰 타격이 되므로 정부가 더욱 신중하게 기금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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