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꽃샘추위, 냉해로 물가폭등에 불경기 '2중고'

2010. 4.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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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조은정 기자]

철모르는 꽃샘 추위가 두달 가까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월까지 때아닌 폭설이 내린데 이어 4월이 돼서도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등 봄 같은 봄은 실종됐다.

개화 시기가 느려지면서 벚꽃축제는 썰렁한 모습이고, 냉해 등 농작물 피해가 잇따라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 재해 수준의 농작물 피해, 농민들 울상

이상 기후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것은 농민들이다. 전국 과일나무 상당수가 얼어붙었으며 엽채류 등 채소나 하우스 농작물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와 영암 등에서는 지난 14일 내린 강풍과 진눈깨비로 만개한 배꽃에 진눈깨비가 쌓이고, 꽃이 얼어붙어 회복하기 힘든 냉해 피해를 입었다.

나주배농협 관계자는 "나주, 영암지역 배 과수원 가운데 최소 60-70%는 냉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상북도의 경우 도내 9,133㏊의 시설채소단지 중 90%가 넘는 8,260㏊의 농작물이 저온 또는 일조량 부족으로 피해를 입었다.

4,900여 가구가 참외를 재배하는 경북 성주에서는 과수 안에 물이 차서 먹지 못하는 참외가 677톤이나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 90톤에 비해 7.5배나 증가했다.

채소류의 경우에도 출하 시기가 늦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출하량이 대폭 줄어 농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일조량 부족으로 농작물 병 발생도 증가하면서 방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일조량이 부족하고 강우량이 늘면서 수박·참외 등에서 잿빛곰팡이병, 덩굴마름병 등 발병이 예년의 3배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채소와 과일 농가는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재해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농민들은 "이상 기후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농업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이 운영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은 겨울철 동해와 시설하우스의 습해 등은 보험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어 농민들은 더 막막한 상태이다.

◈ "고깃집에 상추도 못내요", 금값 채소에 서민들 한숨만

채소와 과일값이 뛰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도 급상승하고 있다.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재래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 날씨만큼이나 얼어붙은 경기를 실감케 했다.

이곳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모(59 여)씨는 "상추나 열무, 깻잎 등 채소값이 배 이상 올라서 도저히 단가가 맞지 않는다. 날씨가 뒤숭숭해 장사도 잘 안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꽃상추는 4kg에 1만 5천원으로 대폭 뛰었으며, 평소 10kg을 기준으로 5,6만원에 거래되던 매운고추는 15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밖에도 열무, 깻잎, 배추 등 엽채류의 가격도 모두 배 이상 올라 상인들조차 "하루하루 가격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상추, 고추 등 채소를 수시로 납품받는 식당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45)씨는 금값이 돼 버린 채소값 때문에 울상이다.

이씨는 "채소값이 너무 올라 상추와 고추도 손님들에게 넉넉하게 내놓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납품받는 채소값이 몇배씩 뛰면서 남는게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연일 계속되는 추위에 시민들도 한껏 움추려드는 모습이다.직장인 김지운(28 여)씨는 "날씨가 계속 추워 회사에서도 감기에 걸린 직원들이 많다"면서 "두꺼운 옷을 다시 꺼내입었는데 겨울이 계속되는 것 같아 다들 지친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는 4월이 되어서도 북쪽에 있는 고기압 세력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도 기후가 불안정해 꽃샘추위가 자주 찾아오는 만큼 농작물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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