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 '꼼수'에 상인들 "불매운동"

2009. 8. 1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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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합판 가린 채 몰래…개점일 거짓 유포…갈등지역 피해서 입점

사업조정 대상 피하려 무리수

슈퍼연합 "롯데제품 봉쇄 논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숨바꼭질하듯 개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영업을 개시한 점포는 사업조정 신청을 내더라도 조정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뒤부터다.

서울중동부수퍼마켓협동조합 소속 상인들은 13일 중랑구 롯데슈퍼 묵동점 부근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롯데슈퍼가 베니어판으로 건물을 가린 채 비밀리에 입점을 추진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상인들은 개점 전날인 10일 밤늦게까지 롯데슈퍼 직원들이 상호 간판을 올리지 못하도록 저지했지만 개점을 막지는 못했다. 롯데슈퍼 묵동점은 개점을 알리는 전단지도 뿌리지 않은 채 11일 조용히 문을 열었다.

기업형 슈퍼마켓 출점을 반대하는 상인 모임인 '사업조정신청지역 전국연석회의 준비모임'(가칭)도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변 상인들이 사업조정 신청을 내기 전에 개점을 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들이 외부공사도 마무리하지 않고 슈퍼마켓의 개점을 서두르고 있다"며 "간판도 달지 않은 채 문을 여는가 하면, 개점일을 허위로 유포해 주변 상인들의 실태 파악에 혼선을 빚게 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기업형 슈퍼마켓 출점은, 지난달 16일 인천 옥련동 상인들을 시작으로 사업조정 신청이 쇄도하면서 주춤했다가 이달 들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이후 지금까지 개점한 기업형 슈퍼마켓은 롯데슈퍼가 9곳,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4곳, 신세계 에브리데이가 5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슈퍼는 지난달 중순 서울 상계7동점과 염창점, 신정점 등 3곳의 개점을 보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가, 며칠 뒤 이들 점포를 개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사업조정 신청과 주변 상인들의 반발 정도 등을 두루 판단해서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 관계자도 "큰 무리가 없는 곳에 대해선 경제적 손실액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개점을 예정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상인들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개점을 막아 달라며 낸 사업조정 신청 건수만 22건에 이르지만, 일시정지 권고가 나오는 등 갈등이 고조된 지역을 피해 점포 확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중소상인들도 불매운동과 해당 기업의 제품 판매 중단 등 강도 높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김경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각지에서 롯데슈퍼 쪽이 무리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등 롯데그룹 계열사가 생산하는 제품을 연합회 소속 슈퍼 2만5000여곳에 들여놓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오는 20일 전국이사회를 열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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