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에겐 '그림의 떡'인 실업급여

2009. 2. 1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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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고기복 기자]

지난해 11월 12일 오전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직원과 경찰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폭력을 동원한 토끼몰이식 단속을 벌여 부상자들이 속출했던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단지. 공장 위에 가건물을 지어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로 사용되고 있다.

ⓒ 권우성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 실업급여는 생계 기반을 잃은 실직자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구실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취지와 달리 이주노동자들은 실업급여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이들에게 적용되는데, 실직 전 18개월 이내 180일 이상 근무하다가 해고나 권고사직, 계약만료, 정년퇴직 등 불가피한 사유로 실직한 뒤 적극적으로 재취업을 위한 구직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한 자에게 지급된다. 가령, 사업장 변경이나 자영업을 위하여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었거나 본인의 중대한 잘못으로 해고된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비자발적 의사'로 퇴사하고, 퇴사 후 구직 활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유는 고용주의 이직사유서 기재 내용 때문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가 이직하는 경우, 고용주는 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신고를 회사 관할 지방노동사무소 고용안정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이때 고용주는 이직사유를 기재하게 돼 있다.

이주노동자에겐 '그림의 떡'인 실업급여

대부분의 고용주들은 고용주 귀책사유로 퇴사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근무 부적응'이라는 이직사유를 적어 신고한다. 이는 고용주 귀책사유로 이주노동자가 이직했을 경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외국인력 고용제한 혹은 쿼터 제한 등의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 출신 아스미아띠(29)씨는 임금체불과 조업단축으로 이직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이직사유서에 '업무 부적응'이라고 기재하는 바람에 실업급여는 고사하고, 여차하면 근무처 변경 제한 초과로 미등록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 똑같은 사연을 하소연한 필리핀인 여성 역시, 근무처 변경 당시 각각 폐업과 조업 감소로 퇴사 조치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무처 변경 사유가 모두 '(근로계약 만기에 따른)계약 해지'로 기재되어, 지난 1월말 미등록자로 전락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초기 의무가입이었던 고용보험은 2006년부터 임의 가입으로 전환되었고 현재 가입자는 4100여명이라고 한다. 최근 경제 불황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실직의 위협에 처했지만, 정작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보험 상실 후 실업급여를 수령하기 위한 절차 등에 대해 제대로된 안내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구직 제한 기간 2개월을 넘기지 않으려고 실업급여 신청 등에 신경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실업급여, 노동부가 조금만 신경 쓴다면...

내국인 노동자들은 이직 후 노동부로부터 실업급여 신청과 관련한 '고용보험 상실통지서'를 통보받는다. 반면 이주노동자들은 실직 후 구직 이전까지 주소지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고용보험 상실통지서를 받을 방법이 없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납부 고지는 받지만, 실업급여 수급 안내를 받지 못한다는 말로써, 주무부서인 노동부의 직무유기인 셈이다.

이에 대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노동부가 이주노동자들의 실업급여 수급권에 대해 조금만 신경 쓴다면,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은 "이주노동자들은 구직 활동을 할 때, 반드시 고용지원센터가 발급한 '구직 알선장'을 발급받아야 한다"며 "알선 받은 업체 이외에서 아무리 좋은 조건에서 계약을 맺었다 해도 모두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들은 두 달간 구직활동을 할 때, 반드시 고용지원센터를 이용하게 돼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실업급여 수급에 있어서 부정수급의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알선장 발급 창구에서 실업급여와 조기취업수당 등에 대한 안내를 하면, 고용보험을 납부만 하고 혜택을 못 받는 부당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용보험 납부 의무는 공지하고, 수급권자의 권리는 나 몰라라 하는 노동부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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