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파업했을 뿐인데..완성차 업계 '초토화'

김훈기 2011. 5. 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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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지진보다 무서운 韓부품사‥현대차 '휘청'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국내 완성차 협력 부품사가 파업 시작 단 이틀 만에 완성차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3월11일 일본 대지진 여파로 주요 도료 공급이 끊기는 상황도 무난히 넘겼던 국내 완성차 업계가 협력사 한 곳의 부품 공급이 끊기자 공장 가동을 멈춘 것이다.

지난 18일 엔진의 핵심부품인 피스톤링과 실린더라이너를 국내 완성차 업계에 단독 공급하다시피 하는 유성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자 이틀이 지난 20일부터 완성차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현재는 거의 초토화 상태다.

이유는 유성기업이 엔진 핵심 부품인 피스톤링의 20~70%가량을 각 완성차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형차 이상에는 독점화 돼 있어 대체 공급선을 찾을 길도 없다. 완성차 업체 부품 구매 담당자들이 이 회사로 달려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충남 아산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000억원을 기록한 중소기업이지만 자동차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여느 부품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크다.

특히 개당 1000원 수준인 피스톤링의 경우 엔진 실린더 내의 폭발 공정에서 압력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막아주고, 피스톤과 실린더 벽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는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완성차 업체별 엔진에 맞게 각각 제작돼 있어 대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18일부터 2시간 부분 파업을 벌였던 유성기업은 이날 밤 노사 갈등이 격해지면서 노조가 공장을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연히 부품 반출이 중지됐고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튿날 새벽에는 사측이 고용한 용역회사 직원이 승합차를 몰고 노조원들에게 돌진해 13명이 다쳐 병원에 입원하는 격한 대립을 벌였다.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은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다. 노사는 이 문제를 두고 올 초부터 특별교섭을 벌여왔다. 야간 근무를 포함해 하루 20시간 근무 방식 대신 야간근무를 없애고, 주간에만 8시간 2교대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반면 노조는 근무시간이 줄어들지만 월급은 그대로 달라고 주장했고,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타 협력사들도 도입하지 않은 제도를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15일 대전지방노동위원회는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고, 노조는 18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을 공식화한 것이다.

◇현대차 어쩌나?‥1000억대 피해

이번 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현대·기아차와 한국GM이다. 유성기업으로부터 필요한 부품의 70%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20%, 르노삼성차도 일부 제품을 제공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고가 바닥나 완성차 생산 차질이 본격화하는 이번 주 중반 이후에는 하루 생산 차질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피해액이 대략 1조원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미 기아차 소하리공장 카니발라인은 피스톤링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지난 20일 야간근무조부터 생산이 중단됐다. 현대차는 투싼ix, 싼타페, 베라크루즈 등을 생산하는 울산공장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의 특근이 22일부터 중단됐다.

24~25일에는 소형차를 제외한 승용차와 상용차 등 전 차종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해외 수출 물량이 많은 쏘나타와 제네시스 등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달 미국 점유율이 9.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던 현대·기아차로서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한국GM도 부품 재고가 일주일치 정도뿐이다. 그나마 쌍용차는 재고가 7월 중순까지 쓸 분량이 있어 다른 업체들 보다 여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쌍용차 역시 생산차질이 예상된다.

◇"공권력 투입해 해결해 달라"‥車업계 초강수

무엇보다 이번 파업이 미치는 영향은 완성차 업체에 머무르지 않는다. 완성차 생산라인이 멈추면 3000여 부품 협력사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연매출 81조원을 벌어들이는 자동차산업의 근로자 30만 명가량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 자동차 엔진 부품 전문기업인 유성기업 파업과 관련해 공권력 투입 등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권력을 투입해 사태를 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연쇄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협회는 "유성기업 노조가 공장을 불법으로 무단 점거해 국내 디젤차 생산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자동차산업과 국가경제에 파급영향이 심각한 만큼 불법으로 생산시절을 점거하고 있어 공권력 투입 등으로 즉각적인 회복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의 불법 점거사태로 일부 완성차업체에서는 이미 생산차질이 발생하고 있고 부품 재고가 소진되기 시작하는 26일 이후에는 대부분 완성차업체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한국 자동차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를 야기한 유성기업은 지난 1959년 창업한 엔진부품 전문기업이다. 피스톤링, 실린더라이너, 캠사프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한국GM은 전체 물량의 70%를 공급받고 있고 르노삼성은 30%, 쌍용차는 20% 가량이다. 40여 개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총 매출은 2299억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118억6000만원이었다. 전체 임직원 750여 명 중 567명이 노조원으로 상급단체는 금속노조다. 공장은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 외에 대구, 인천 남동, 울산 등에 있다.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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