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깨고.. 적금 깨고.. '빚의 역습'이 시작됐다

2011. 11. 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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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대출 원리금 상환 허덕… 최후 보루 은퇴자금 까먹어돈빌려 돈막는 악순환의 연속… 新빈곤층 양산 사회 문제화

[세계일보]

포스코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이성구(가명)씨는 최근 퇴직금을 중간 정산했다. 목돈을 깨는 아쉬움이 컸지만 어쩔 수 없었다. 2006년 3억원을 대출받아 장만한 서울 강남 18평짜리 아파트가 문제였다. 매달 이자만 120만원씩 내야 하는 상황인데, 한 차례 연장을 통해 늘린 총 6년의 거치기간마저 끝나 내년부터 원리금을 동시 상환해야 한다. 이씨는 고민 끝에 퇴직금 5000여만원을 고스란히 주택대출 상환에 썼다. 그는 "노후 대비 차원에서 집을 샀는데 상황이 바뀌었다"며 "쌓아 놓은 퇴직금이 한푼도 없으니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돈줄이 막혀 퇴직금을 깨거나 공들여 부은 적금·보험을 해약하는 경우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통상 이런 돈은 노후에 대비한 은퇴 자금이다. 샐러리맨이면 웬만해선 손대지 않는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돈이다. 빚에 쪼들리는 가계가 늘면서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가계 부채 900조원 시대'의 예고된 재앙이 표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고객이 올 들어 중도해지한 정기적금 계좌는 10월 말 현재 42만6489개에 달한다. 월별로는 1월 3만5635개이던 것이 7월 4만4476개, 8월 5만2304개로 급증했고 10월에도 총 4만8854개의 계좌가 해약됐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 고객이 중도 해지한 적립식 금융상품 계좌도 34만9078개에 달했다. 1월 3만2086개이던 것이 10월엔 4만7866개로 49%나 폭증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6∼8월 매달 평균 6만8175개의 적금이 해지돼 지난해 12월과 올 3월 사이 평균 5만6658개보다 해약 건수가 20% 증가했다.

보험 해약도 줄을 잇고 있다.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계약 효력이 상실되거나 일부러 계약을 해지한 개인 생명보험 해지효력상실 건수(누계)는 지난 4월 47만8609건에서 8월 240만7927건으로 매월 50만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반면 새로 가입한 신계약은 지난해 4∼8월 654만6022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543만4896건으로 100만건 가까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가계 빚의 역습'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금리 기조만 믿고 무리하게 돈을 빌리고, 꾼 돈을 갚을 때가 되면 채무를 연장하는 방법으로 '악순환의 빚 잔치'를 벌인 결과라는 것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패턴과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적금·보험을 해약해 빚을 갚아야 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준모·이희경·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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