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일 대비해 가입한 상조..'엉망진창' 서비스

민병기기자 2011. 11. 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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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입금 환급도 못받아.. 유족 두번 울린다

최근 조모상을 치른 김모(30)씨는 상조 서비스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경황이 없었지만 부모님이 몇 년 전 상조 서비스에 가입해 둔 터라 큰 불편없이 상을 치를 줄 알았는데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다.상복을 비롯한 물품은 가입 당시 약속했던 품질에 크게 못 미쳤고, 입관 등 행사에서 수시로 상조 직원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려 유가족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김씨는 "가입 당시 약관에 정해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 단순 항의 수준에 그쳤다"며 "평생 몇 번 겪지 않는 큰일이고, 가족들이 경황이 없는 때인 만큼 상조업체들의 더 세심한 배려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3일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지난해 12월 인수된 한 상조회사에 가입했던 회원들이 인수·합병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데다 1년이 되도록 납입금도 제대로 환급받지 못했다며 '피해자 모임' 카페를 만들어 법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수백만원의 피해를 본 회원들은 "인수된 회사와 인수한 회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겨 중간에서 회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이 향후 1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조 산업이 뜨는 만큼 폐해도 늘고 있다. 1982년 부산에서 처음 도입된 상조 산업은 가입자가 급증하며 지난해 말 기준 회원이 270만명이나 된다. 향후 노년층 인구가 늘어나면 산업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부실한 상조 업체들이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 산업 관련 피해 사례만 600건이 넘는다.

최근에는 상조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영업사원의 이직도 많아지는데 이 과정에서 회원들이 납입금 환급을 요구할 경우 기존 회사의 납입금을 인정해 주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는 일도 늘고 있다. 계약 과정에서 서비스 내역을 분명히 알리지 않아 도우미 숫자와 활동 시간, 상복의 수량 등을 둘러싸고 업체와 유족 간 다툼도 생겨나고 있으며 장의버스, 운구차량 등에 대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도 해약과 만기 납입 시 납입금 환급이 지나치게 적은 경우다. 이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선불식 할부계약의 해제에 따른 해약환급금 산정기준 고시'를 제정해 9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 85%로 정한 환급률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업계에서 만기 납입 시 100% 환급해 주는 업체는 교원그룹의 '물망초',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예다함', 대명라이프웨이, 좋은상조, 현대종합상조 등 소수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업체가 난립하면서 상조 서비스를 감당하지 못할 자산이나 자본금을 갖고 있는 회사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1~6월)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규정한 뒤 지난해 말 기준 337개 업체 중 37개가 문을 닫았지만 아직 위험한 수준이다.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0개 상조업체 중 자산 규모가 10억원 미만인 업체가 194개로 3분의 2나 됐으며 자산 규모가 1억원 미만인 '위태위태한' 영세업체도 6곳 중 1곳이나 됐다.

상조회사의 부실 서비스는 법인 설립 시 자본금이 지나치게 적은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은 상조회사 설립 시 법정자본금 3억원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데 대부분(전국 237개 업체)이 법정자본금인 3억원으로 상조 서비스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20억원 이상 자본금 업체는 더케이라이프, 에이플러스라이프, 부모사랑, 엘비라이프, 교원라이프 등 5개 업체에 불과하다.

공정위는 부실한 상조 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우려, 10월22일 상조회원 가입 관련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안내문을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계약 체결 전에 해당 업체의 소비자 피해보상 보험 계약 체결 여부를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구체적인 상품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했다. 또 계약 체결 시 계약 조건에 대해 빠짐없이 설명을 듣고 설명 내용이 모두 담긴 계약서를 받도록 했다.

교원라이프는 일반인들이 상조 서비스에 가입할 때는 관과 수의, 횡대(관을 묻은 뒤에 구덩이 위에 덮는 널조각) 등은 재질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상복의 경우 필요 수량만큼 대여나 제공이 가능한지, 장의버스는 거리 제한이나 거리당 추가 요금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인력 지원도 장례지도사 자격증 보유 여부, 도우미의 시간과 인원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교원라이프측은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조업을 규제하는 법이 생기고 믿을 만한 대기업들이 상조시장에 진출한 만큼 업계 질서가 재편되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상조 산업 자체가 수십년에 걸친 계약 관계로 이뤄지는 만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입할 때 업체 선정부터 약관 확인까지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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