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하락폭 세계 4번째..외인 날개짓에 '출렁'

입력 2011. 9. 22. 20:50 수정 2011. 9. 2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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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환율급등 속수무책 왜?

자본 유출입 자유로운 반면에

외환시장 거래구조 낙후 '한계'

2008년 상황 재현 가능성 낮아

유로존 위기 전개방향이 '변수'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폭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당시(2008년 9월15일~2009년 3월)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평균 22.7원씩 출렁거렸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하루에 20~30원씩 폭등하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폭은 주요 20개국 통화에 견줘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 9일에 견줘 원화는 달러 대비 9.5%(102.5원) 절하돼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브라질 레알, 칠레 페소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최근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깔려 있다. 이성권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되면서 달러 선호도가 높아진데다 유럽계 금융기관의 한국에 대한 투자와 대출금 회수 우려, 미국·유럽 경기 둔화, 글로벌 금융위기의 장기화 가능성 등이 작용한 결과"라며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기 어렵고 시간도 장기간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외환당국이 손을 쓸 수 있는 데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22일에도 "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시장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시장개입성 발언을 했지만 환율 급등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환율이 요동치는 이유는 자본 유출입이 자유로운 반면 외환시장의 거래구조가 낙후해 충격흡수 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개방도가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유동성이 풍부해 외국인들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도 우리 시장에선 큰 손실 없이 신속한 투자회수가 가능하다. 외환거래에서 중추적 구실을 하는 시장조성자 기능을 담당하는 금융기관이 없는 것도 쏠림현상을 빈번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역외선물환(NDF) 거래규모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역외거래자가 이 거래를 단기 환차익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환율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당시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외환 대응능력이 크게 개선됐고 은행의 건전성과 외화차입 여건이 향상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국내 증권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특히 외국인들의 채권 보유액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도 근거다. 국내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비율은 2008년 50%에서 최근엔 30%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는 그리스 등 유로존의 위기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환율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10월 초로 예정된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안이 부결돼 그리스가 국가부도 상태로 몰리거나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이탈리아 구제금융과 같은 악재가 기정사실화하면 환율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합동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중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1일(현지시각)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우리나라의 환율 변동폭이 다른 나라보다 더 컸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환율이) 이렇게 급등하는 게 계속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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