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뜨거운 감자' 국민주 논란'-인천공항 등 공기업 민영화 싸고 시끌

윤시내 2011. 8. 29. 10: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이득수 기자 =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민주 방식'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면서 처서를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인 여의도를 다시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정계뿐 아니라 경제계 학계 노동계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앞다퉈 각기 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열기는 더욱 뜨겁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를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하겠다는 발언이 나오자 벌집을 쑤신 듯 말과 말들이 부딪치며 소란스럽다.

사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여야가 서로 당리당략에 따라 공기업 매각에 대해 의견대립을 지속하다 보면 기업의 논리는 사라지고 자칫 정치논리에 의해 경제의 최적화가 훼손될 우려가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주 방식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이렇게 각계에서 첨예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인가, 한번쯤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국민주 방식(People Sales)'이란 정부투자기관이나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을 민영화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정부가 보유한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민들에게 시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방식은 정부보유 주식을 구입한 국민에게는 시세차익이 돌아가게 하고, 주식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기업의 소유권을 민간에 넘기는 민영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주 1호는 1988년 공기업 민영화 실행으로 등장한 포항제철(포스코)이다. 당시 정부는 포스코 보유지분 69% 중 34%를 저소득층과 농어촌 주민 322만 여명으로부터 청약을 받아 매각했다. 이후 1989년에 실시된 한국전력 민영화도 국민주 방식으로 이뤄졌다.

23여년 만에 다시 국민주 방식이 등장한 것은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에 의해서였다. 홍 대표는 지난 7월13일 신임 당 지도부와 함께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의 신임 오찬회동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우리금융지주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안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대통령과의 교감을 끝낸 홍 대표는 이후 적극적인 국민주 방식 홍보에 나섰다. 7월20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그는 "공적 자금을 투입한 기업의 정부 보유 지분은 특정 대기업에 매각하는 것보다 국민주 방식으로 다수의 국민에게 돌려주는 게 맞다"고 밝혀 본격적인 공론화에 시동을 걸었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포스코 주식을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할 때 청약주식의 (공모가 대비) 할인율이 63.5%, 한국전력은 43.5%이어서 서민들에게 재산증식의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 측이 생각하는 대우조선해양과 우리금융지주의 국민주 공모의 내용을 보면 매각 주식 총량의 50%를 저소득층에,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나머지 30%는 일반공모에 물량을 배정한다는 것으로 돼있다.

청약할인율은 30%로 두 기업의 매각 예상가액을 9조1610억원으로 보면 국민주 매각으로 회수하게 되는 금액은 6조4130억 원이다. 시가에서 할인(30%)한 금액 2조7480억원은 주식을 매입한 국민의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게 홍 대표가 주장하는 국민주 방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여권서도 찬반 반응 엇갈려

대우조선해양과 우리금융지주를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하겠다는 홍 대표의 제안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의 반응은 찬반이 엇갈렸다. 전체적으로 처음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차츰 찬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백용호 정책실장은 7월25일 한나라당과의 당정협의회에서 "국민주 방식은 포스코의 경우처럼 비상장회사를 새로 상장할 때 썼던 방법이며, 우리금융과 대우조선해양처럼 이미 상장된 회사의 주식은 정부가 다시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이미 상장돼 있는 회사의 주식을 국민주 방식으로 싸게 매각할 경우 이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주가가 떨어져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편 것이다.

같은 당 유승민 최고위원도 반대하고 나섰다. 유 위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권이 매각 방식에 대해 자꾸 이야기 하면 정부가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넘겨 제2의 론스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걱정하는 건 이해하지만 경영권을 갖는 지배 대주주가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이어 "지난 17대 국회, 지난 정부에서도 못했던 문제를 한나라당이 무조건 포스코 방식으로 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며 "정부지분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최대화해야 하는데 국민주 방식은 할인 매각이므로 이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반대 이유도 내놨다.

정부 여당의 저항에 부딪혔지만 홍 대표 측은 국민주 방식을 견지했다. 공적자금 '최대 회수' 원칙에 대해서도 "주식을 서민들에게 싸게 매각함으로 인해 공적자금을 최대로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그만큼의 이익이 서민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며 국가 전체로 보면 손실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 측근에서 국민주 방식에 찬성하는 발언도 나와 홍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참모의 하나로 꼽히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7월29일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주 매각은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뭐가 문제점이고 무슨 대안이 있는지 논쟁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량 금융기업인 우리금융지주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민주 공모 등 다양한 방식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백 실장과는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한편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을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자는 건의가 있은 직후 이들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네이버 주식 토론방에서 소액주주들은 "서민을 위한다는 국민주 방식 지분 매각이 주가만 떨어뜨려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내용의 댓글을 올리며 격렬한 반발을 보였다.

국민주 논란이 정치권과 경제계 일각에서 일반시민들에게까지 사회적 이슈로 확산된 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민영화하겠다"는 홍 대표의 발언이 나오면서부터였다. 홍 대표는 8월1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천공항공사를 포항제철과 같은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매각해 민영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홍 대표는 이 대통령과 비공식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과 또 한 번 국민주 방식에 의한 민영화 추진에 대해 동의를 얻은 것으로 비쳤다.

인천공항공사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키로 한 배경에 대해서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며, (특정기업에 매각할 경우 발생하는) 특혜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고, 외국 자본에 매각할 경우의 국부유출도 방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지분의 51%를 계속 보유하고, 49%를 국민주로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규모 큰 공기업만 보면 국민주 제안"

인천공항공사 민영화 발언이 나오자 야당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8월1일 국회정론관 브리핑에서 "홍 대표는 규모가 큰 공기업만 보면 국민주 매각을 하자고 제안한다"며 "얼마 전에는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을 국민주로 매각하자고 했으나 정부와 당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자 유야무야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정권 실세와 관련 있는 외국기업에 인천공항공사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는 의혹들이 수 없이 제기된 바 있다"며 "이제 와서 다시 국민주로 매각하자는 제의가 나온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라고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이어 "국민주는 실제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재원 확보에도 기여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평가가 우수한 홍콩 첵랍콕 공항, 싱가포르 창이 공항 등은 인천공항과 마찬가지로 100% 공기업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인천공항의 민영화 작업자체에 반대 입장임을 밝혔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8월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천공항 국민주 공모방식 매각은 한마디로 허울뿐인 친 서민정책이고 선거용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일반 국민에게 공모가보다 싸게 판다고 해서 그것을 살 서민이 얼마나 되겠나. 매물이 쏟아져 나와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져 되레 손해를 본 것을 두 차례나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8월2일 논평을 내고 "인천공항공사는 대표적인 알짜 공기업이다. 지난해에만 3200억원의 흑자를 냈고,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런 공기업을 서둘러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국민주 방식을 도입한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이 현재 49%에 달한다"며 "인천공항의 민영화는 절대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주라는 이름으로 적당히 포장해 국민을 기만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 의지를 확인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매각 방식을 정하는 실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8월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민간위원 간담회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에 대해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eeds@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42호(9월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