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덕에 한국은행 '총재' 살아났다

이민종기자 2011. 8. 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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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에 인쇄돼 있어 재발행 비용 2000억

이명박 대통령이 '총재' 명칭이 구시대적이라며 변경을 지시하면서 촉발된 한국은행의 총재 명칭 수정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문화일보 8월17일자 13면 참조)

화폐 재발행 비용부터 현금자동입출금(ATM)기, 음료수 자동판매기 교체까지 생각지도 않았던 부작용들이 돌발변수로 떠오르면서 한은법 개정의 키를 쥔 국회가 부정적 입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26일 국회와 한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소위는 지난 22일에 이어 25일 한은 총재 호칭을 대신할 방안을 검토했으나 대안을 찾지 못해 차기 한은법 심의 과정 때 재차 논의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한은 총재 이름을 바꾸자고 희망해 옴에 따라 논의했지만 한은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예상 밖의 문제가 많아 당장 호칭 변경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총재' 호칭을 다른 것으로 바꿀 경우 우선 유통 중인 화폐를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에 2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주화에는 '한국은행'만 인쇄돼 있으나 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 5만원권 지폐의 앞면 초상 옆에는 '한국은행 총재' 글자와 직인(사진)이 있다. 총재 명칭을 쓰지 않을 경우 신권 발행뿐만 아니라, 한은으로 회수되는 지폐를 새 지폐로 바꿔 발행해야 한다.

총재 명칭을 빼고 새 화폐를 발행할 경우 은행 ATM기의 프로그램도 바꿔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지폐가 투입되는 전국 음료수 자판기 프로그램 교체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경제가 어렵고 소비자물가도 지속적으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을 들여 전국의 수많은 자판기까지 고쳐야 한다면 국민 불편과 원성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게 소위의 견해였다"고 말했다. 과거 1만원권 교체 때도 자판기 생산업체들이 프로그램을 제때 바꾸지 않아 영세업자들이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를 새로 도안하면 기기를 통째로 바꾸거나 또는 프로그램을 변경해야 하는 문제가 따를 수 있다"면서 "호칭 변경은 국회와 정부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민종·김만용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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