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조사 공정위 칼 빼들고도 안절부절

입력 2011. 7. 24. 21:40 수정 2011. 7. 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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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명확한 제재 기준 없어 성과 낼지 미지수

적정할인율 적용 등 법리 논쟁 가능성도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과 시스템통합(SI) 계열사에 대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동수 위원장이 최근 "일감 몰아주기 조사와 제재 여부를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특히 자재구매대행이나 시스템통합 업무는 사실상 소규모 기업들이 해온 일을 대기업이 중간에 창구만 개설해놓고 앉아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대목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여부를 판단할 만한 명확한 기준조차 아직 마련해놓지 않고 있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정위는 크게 세가지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대기업들이 계열사에 '정상 가격' 이상으로 비용을 지불했는지 여부다. 하지만 공정위는 정상 가격을 초과해 일감을 몰아준 사례는 거의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조사의 초점은 일감을 넘겨주면서 '적정 할인율'을 적용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량 구매를 한 만큼 적정한 할인율을 적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았을 경우 정상 가격보다 비싸게 구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공정위 관계자는 "많은 물량을 배정하면서도 할인을 받지 않았다면 정상 거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적정 할인율'을 도출해내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이에 대한 세부지침을 지금 마련하고 있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 발 나아가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자신의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거래 관계에 있는 협력사에게 특정 계열사와의 거래를 강제했는지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는 부당지원거래는 아니더라도 시장지위를 남용한 거래 강제행위(일반 불공정거래행위)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협력사에 삼성 계열사인 소모성 자재 공급 대행을 하는 삼성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와 계약 체결을 강제했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사 뿐만 아니라 이들과 거래 관계가 있는 협력사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몇년째 조사를 하고 있지만 명확한 판단 근거도 마련해놓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적용하려는 적정할인율과 거래 강제행위 등을 놓고 해당 기업들과 치열한 법리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부당하게 일감몰아주기를 했더라도 이를 통해 품질 개선이나 효율성을 높인 사실이 확인될 경우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해온 공정위의 유권 해석도 자신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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