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고졸 행원 대규모 채용>'능력있는 高卒'에 숨통.. '학벌주의 타파' 도화선 되나

이민종기자 2011. 7. 21. 12: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실력 중심' 채용에 앞장

은행들이 고졸 채용인력을 대대적으로 늘리기로 한 것은 뿌리깊은 학력 차별의 폐해와 고학력 인플레 부작용을 개선해보자는 정부의 의지에 은행권이 적극 부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은행 외에 증권·보험과 공기업군으로 고졸 출신 채용의 저변을 넓혀 궁극적으로 민간기업으로 파급되기를 바라고,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정착 여부와 효과가 주목된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까지 활발했던 고졸 채용은 이후 구조조정과 신규 행원 선발 중단, 학력 인플레 등의 여파로 사실상 맥이 끊겼다. 장덕생 전국은행연합회 상무는 "명문상고 출신이라면 은행권 취업은 어렵지 않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고졸 출신 채용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2009~2010년의 경우 은행권 총채용인원 중 고줄 출신 비율은 5.7%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마이스터고를 중심으로 산업계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맞춤형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올들어 각 부처가 학업과 취업을 병행하는 교육체계 구축방안을 추진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다.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드는데 고학력화로 노동시장 진입연령은 높아지고 학력과 연공을 우선시하는 후진적 인사체계를 바꿔 보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올 들어 과거 고졸 채용이 가장 활발했던 은행권부터 '총대'를 메고 솔선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고졸 출신 5명을 텔러로, 국민은행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재학생 8명을 각각 채용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애초 5명만 뽑으려 했지만 면접을 해보니 우수자원으로 판명돼 규모를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행이 15년 만에 20명을 채용해 불을 지폈고 농협과 산업은행도 각 1998년, 1997년 이후 처음으로 특성화고 졸업생 등 30명과 50명을 뽑는다고 발표했다.

은행권의 움직임은 학력이란 간판보다 능력 중심의 내실을 따져보는 쪽으로 채용정책이 바뀌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국내 대학진학률은 2009년 81.9%, 지난해 79.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6%를 크게 웃돌고 있다. 고졸 간판을 차별하는 의식까지 가세하면서 눈높이는 높아지고 정작 현장에서는 쓸만한 인력을 찾기 어려운 미스매칭 현상만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고졸 출신 채용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채용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지만 정부 눈치 때문에 부담을 느낀 흔적이 있다. 또 대부분 텔러로, 연봉과 무기계약직 전환비율이 높긴 하지만 정규직이 아니어서 고용의 질이 크게 우수한 편은 못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졸 출신 채용은 은행 입장에서 업무 숙련도에 맞춰 다양한 인력군을 채용할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서 "좋은 관행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고졸 행원의 적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

'학력파괴' 高卒행원 3년간 2722명 뽑는다

<은행권, 고졸 행원 대규모 채용>"이런 변화 올 줄 몰랐다… 고졸에 용기 줘 뿌듯"

<은행권, 고졸 행원 대규모 채용>전문계고 졸업자 취업률 50%→19%

<은행권, 고졸 행원 대규모 채용>공기업으로 '바람'확산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