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초토화'로 울상

2011. 7. 19. 09: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낙농, 참다래, 양돈, 한우등 성인과 초등생 싸우는 격

[이코노미세계]

7월1일 한 EU FTA 발효로 우리 농촌현장은 일정부분 초토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EU는 국가별 특성이 다른 27개국의 단일 경제블록시장으로 FTA발효에 따라 기계, 자동차 섬유 등은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지만, 그 희생양으로 우리가 내줄 시장은 농촌현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FTA발효에 따라 우리 농촌이 치러야 할 대가는 끔찍할 정도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EU 보완대책에 따르며 국내 농수산물 생산감소액은 매년 조금씩 증가해 15년차엔 3172억원으로 추정하고 연평균 1776억원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이중 돼지고기 낙농품 등 축산분야 생산 감소액이 1649억원으로 전체 93%를 차지할 만큼 이번 한 EU FTA체결은 축산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농축산물 생산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축산업 포기 농가 속출, 생산기반 초토화

국내 축산산업은 양돈의 경우 828억, 낙농 323억, 양계 218억원, 한육우 280억원이다. 이는 한미 FTA 이행을 비전제로 한 통계며, 지난해 구제역발생 전 통계에 불과하다.

농수산물 유통공사 이종경 광주전남 지사장은 "유럽 국가들은 사료전량을 생산하고 돼지를 방목하는 분위기다. 반면 우리는 사료 전량의 90%를 수입한다. 사료는 곡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세계 곡물가가 높아지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거기다 종돈기술이 유럽이 100이라면 우리는 아직 70~8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구제역으로 돼지 수량 자체가 없다. 양돈농가 시장은 그대로 내줘야 할 형편이다"고 말했다.

낙농사업을 하고 있는 김준호 전남 화순군 낙농연합회장은 "프랑스의 경우 낙농에 대해 정부지원이 엄청나게 높다. 거의 노동력만 있으면 농장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반면 우리는 낡은 축사하나 개조하려해도 행정적 걸림돌이 있을 정도로 규제가 심하다.

기존 지원조차 줄고 있어 부담은 높아만 간다. 개방을 위해 준비한 대책이 없이 열어 낙농업 고사가 눈앞에 닥친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낙농산업에서 유럽은 천연사료를 쓰지만 우리는 배합사료 등을 쓰고 있다. 초지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료 가격이 원유 가격의 60%가 넘지만 유럽은 30%도 안 된다. 또 유럽은 낙농이 대형화된 낙농선진국이다. 거기에 비해 우리 규모는 너무 초라하다. 성인과 초등생이 경쟁을 하는 격이다. 낙농초토화는 이미 정해진 일이다."고 체념한 듯 고충을 토로했다.

특산물 시장도 FTA영향 못 비켜가

벼농사를 제외한 특화작물 시장 피해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피해가 심한 작물은 참다래 키위 시장이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참다래는 연간 5만 여톤, 전체 1500여 억원 시장이다. 지금까지 일부 수입됐던 칠레와 뉴질랜드산은 4월 말이고, 국내 참다래는 11월 초순이어서 시기적으로 겹치지 않아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유럽은 다르다. 특히 참다래는 이태리 산이 가장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많고 상품 경쟁력이 있다. 이태리 산 재배 시기는 9월말로 우리와 시기적으로 겹쳐있다.

게다가 국내 참다래는 KG당 3000원인데 이태리산 저가품은 600원까지 형성돼 관세와 운송비를 합해도 1500원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키위시장의 피해는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사)한국참다래 보성 조성 연합회 김기태 회장은 "현재 농법으론 대책이 없다. 7000평 농사를 짓고 있는데 농사를 포기하고 잘라낼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국 2만여 참다래 가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대책은 전무해 보인다.

김 회장은 "다래농사를 짓는 과정에 쓰는 농약 운반기계인 SS기를 단순 운반기계로 보지 말고 특별생산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고 있다. 지원 자금 5천~6천억 하면 뭐하냐!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료가격이 문제, 저가 육류 들어오면 피해 커

(사)한국농업경영인 전라남도 연합회 김상곤 정책 부회장은 두광농장에서 한우 35두를 기르고 있다. 그는 이번 FTA에 대해 "지난 구제역 때 양돈 100만두 중 25%가, 한우 14만두 중 4.5%를 묻었다. 구제역 보상 지원금이 차일피일 미뤄져 재 입식을 못하고 있다. 70% 지원이 가까스로 결정됐으나 지자체들은 집행을 연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은 KG당 1만원~1만2000원 하던 것이 6~7000원으로 떨어지고, 사료 값은 9000원이던 것이 1만2000원까지 올랐다. 유럽에서 무관세 저가 고기가 홍수처럼 밀려오면 한우농가 입지가 더욱 좁아져 축산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몰릴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양돈 시장도 마찬가지다. 돼지 1200두를 키우는 덕인농장 윤형만 양돈협회 화순 지회장은 "유럽 양돈 농장은 규모가 크고 기계화되어 인건비가 적게 든다. 우리는 소규모 서민형 축산이다. 양질의 고기가 저가로 밀려올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통공사 이종경지사장은 "FTA는 세계무역 흐름에 맞춰야 한다. 사업별로 유리하기도 하고 불리할 수 있다. 농업은 불리한 산업군이다. 사전에 피해와 손해를 예상해 대비책을 만들고, 발전방향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농업도 경쟁력 있는 분야가 있으며, 신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농가 스스로 키우고 , 정부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축산과 낙농, 양돈, 그리고 특용작물 등 현지 농민의 고충이 여타 산업을 살리기 위해 일정 부분 희생 필요하다는 점이다.

김성일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제인 전라남도연합회장은 "어른과 초등학교 학생이 시장은 놓고 싸워야 하는 한 EU FTA는 농가의 희생를 전제로 하고 있어 농촌을 피폐하게 하고, 농촌 경쟁력과 자급률을 훼손하는 부분이 짙다. 정부가 이 부분에 특단의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김대혁 기자

[ⓒ 이코노미세계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