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에 발목잡힌 금리정책 딜레마

2011. 6. 1.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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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해외에서 연일 '코리아 리스크'로 지적하고 있는 가계빚이 이제는 '금리 딜레마'에 빠질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빚을 줄이기 위한 핵심 정책수단으로 금리 인상이 꼽히지만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양날의 칼'이 돼버린 형국이다. 금리 인상은 자칫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을 더욱 악화시켜 가계 도산과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여서 가계빚은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오랜 기간 저금리를 유지했던 것이 결국 '가계빚 폭탄'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국내외 주요 투자은행(IB) 전문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기준금리는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스웨덴과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 중앙은행이 매우 발달한 국가는 매달 금리 결정을 하더라도 3~4년 앞을 보고 금리를 이야기한다."면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얼마나 앞을 내다보고 금리를 결정하는지는 비밀이지만 매달 회의를 연다고 그달이나 전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동금리대출 90%… 금리인상에 취약

그동안 금리 결정에 최우선적으로 물가 안정을 고려했던 기존 태도에서 약간의 변화를 내비친 것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금리 결정에 가계빚 등 다른 경제변수들의 가중치가 더 늘어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동안 금리 인상보다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한국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가계부채를 꼽으며 기준금리 정책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손 교수는 "가계부채가 많아 적극적인 소비가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이자율을 계속 올리는 정책에 좀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계빚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저금리와 정부의 부동산경기 활성화, 금융권의 가계대출 선호 등이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를 막을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금리인상 카드는 곧바로 가계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현재 가계 대출에서 고정금리형 대출은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변동금리형 대출은 90%를 차지하고 있어 금리 인상에 매우 취약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이자부담액은 48만 525원으로 지난해 3월(48만 6838원)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인 가족이 이자로 나가는 돈만 200만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또 가계대출의 60%가 주택담보대출이어서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결국 가계에 부담이 덜 되고, 부동산 경기도 어느 정도 유지되는 방향으로 가계빚 대책이 나와야 한다.

●금리·부동산·가계빚 정책 맞물려 난제

문정희 대신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예측대로 연내 기준금리가 0.5% 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중 이자부담액은 5조원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소영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가계빚은 금리 정책과 부동산 정책에 맞물려 있어 금융당국이 쉽게 대책을 내놓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두·홍희경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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