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인마을 PF사업(서울 내곡동: 무허가 판자촌을 고급 빌라촌으로 개발 계획) 재개 여부, 이번주 협상이 분수령

김태근 기자 tgkim@chosun.com 2011. 5. 9. 03: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설사와 은행, 금융당국에 개인투자자까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이번 주 분수령을 맞는다. 공동 시공사인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지난 4월 12일과 4월 15일에 각각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이를 취소할 수 있는 시한이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지는 오는 11일과 14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9일부터 채권은행 간 본격적인 협상이 재개된다. 현장 정상화 여부가 이번 주 초에 판가름날 가능성도 크다.

◆헌인마을 해법, 결국 초점은 은행 부담 나누기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374번지 일대 13만2379㎡. 헌인마을 개발은 무허가 판자촌을 가구당 50억원이 넘는 고급빌라촌으로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2003년 시작됐다. 2006년 4월 시행사로 '우리강남PFV'가 설립됐고 현재 8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가운데 금융권 대출이 4270억원을 차지한다. 이 중 일반 대출이 2170억원이고 나머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 2100억원이다. 헌인마을 PF에 돈을 빌려준 대주단(貸主團)은 20개 채권 금융기관이고 이 가운데 주채권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시공사인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4270억원의 대출에 각각 50%씩의 보증을 섰다. 삼부토건의 주채권은행은 우리은행이고 동양건설산업의 주채권은행은 신한은행이다.

사태는 LIG건설 등 대기업계 건설사의 잇따른 부실로 기업어음(CP)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작됐다. 헌인마을에 관련된 2100억원의 ABCP 만기가 4월에 돌아왔는데 CP시장이 얼어붙어 연장이 안 됐다. 자금 압박에 시달린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채권단과의 협의 없이 지난 4월 12일과 4월 15일 차례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공멸'의 공포가 몰아쳤다.

초기에 해결책은 '삼부토건과 PF대주단 협의'처럼 보였다. 삼부토건은 라마다르네상스 호텔(감정가 8600억원 추정)을 담보로 내놓고 채권단으로부터 75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럼에도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현장을 정상화하려면 삼부토건은 물론 공동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도 자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의 이런 요구는 실제론 동양건설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이 동양건설산업의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3000억원의 자금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공세를 높였다. 반면 신한은행은 "헌인마을 현장은 헌인마을 대주단(우리은행 등)이 해결할 일"이라고 맞섰다. 신한은행으로선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동양건설산업을 위해 3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이유가 없다는 게 솔직한 속내다. 게다가 신한은행은 동양건설산업의 주채권은행일 뿐, 헌인마을 PF에 직접 대출한 것도 없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임원은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을 찾아가 담당국장에게 차례로 이런 입장을 설명하면서도 "상대방이 너무 심하다"며 얼굴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 "우리은행이 먼저 책임져야"

이런 문제가 생긴 건 건설사에 대출한 은행과 PF현장에 대출한 은행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헌인마을에는 직접 대출하지 않은 신한은행이 "PF대주단(우리은행)이 먼저 자금을 지원해야 동양건설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버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인종 신한은행 전무(여신담당)는 "헌인마을에 관계된 수수료 수익 등은 모두 우리은행이 챙기고 이제 와서 우리에게 짐을 지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주 전무는 "동양건설산업이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내놓은 담보의 대부분이 소송 중인 물건이고 일부는 가등기가 걸려 있어 담보 설정이 어렵다"고 했다.

신한은행은 "은행에서 추가 지원을 받으려면 동양건설산업이 오너의 지분 32%를 내놓고 사재를 출연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논리를 따르자면 헌인마을 사태는 'PF대주단의 시공사 자금지원→ABCP만기 연장→시공사 채권은행(신한 등)의 신규자금 지원→시공사 기업회생절차 철회→정상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우리 "신한은행도 앞장서 지원을"

우리은행은 동양건설산업 지원에 신한은행이 직접 나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 주장에 따르면 해법은 '시공사 채권단의 우선 자금지원→ABCP만기연장→시공사의 기업회생절차 철회→정상화'가 수순이다. 김시병 우리은행 부행장은 "동양건설산업이 아파트 매출채권을 근거로 자금을 마련하도록 신한은행 등 채권은행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달리, 우리은행은 시공사인 삼부토건의 주채권은행이면서 헌인마을 PF현장의 주채권은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와 중소 금융사까지 포함된 PF현장은 은행들이 나서지 않을 경우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극히 어렵다.

☞자산담보부기업어음 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

매출채권·회사채·부동산처럼 유동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CP)으로, 대개 3개월 만기로 발행되는 단기 유동화증권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관련 ABCP는 투자자에게 건물을 지을 땅이나 분양수입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건설사가 지급 보증하는 방식으로 발행된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