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환율정책의 덫.. 3년간 물가상승률 1위 '불명예'

2011. 4. 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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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후 3년간 아시아 유럽 북미 등 주요 경제국 중 한국의 환율상승률(통화가치 하락률)과 물가상승률이 모두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부의 대기업 수출 지원을 위한 고환율정책이 물가 급등을 불렀다는 일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방증이어서 주목된다.

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환율 추이'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7년 1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주요 21개국 중 우리나라의 환율상승률(월 평균환율 기준)은 2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위였다.

이 기간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18.8%나 급락, 영국(-22.8%) 다음으로 통화가치 하락폭이 컸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의 주요국에는 미국, 일본, 중국, 유로지역,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포함됐다.

일본은 이 기간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34.7%나 올라 통화가치가 가장 큰 폭으로 뛰었으며, 중국(10.9%) 싱가포르(10.9%) 말레이시아(6.6%) 호주(13.6%)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시기에 10% 이상 통화가치가 하락한 국가는 영국과 한국뿐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추진한 수출 증대를 위한 의도적 고환율(원화가치 하락) 정책의 결과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선진국인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파운드화가 급락했지만 가장 성공적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한 한국 원화가치의 급락은 시장 흐름상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인위적이거나 최소한 '묵시적인' 고환율 정책이 소비자물가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기간 이들 주요국 중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0.8%로, 영국(10%)을 따돌렸다. 일본(-1.3%) 중국(-1.8%) 대만(2.3%) 등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도 물가상승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환율이 유가의 4배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11년 경제전망'에서 환율이 10%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는 0.8% 포인트가 오르는 반면 유가(0.2% 포인트)와 기타 원자재 가격(0.1% 포인트)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힌 바 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환율이 과도하게 상승했고, 동시에 물가도 크게 올랐다면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물가대란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화 강세는 물가급등에 당황한 당국이 수입 물가 상승세를 낮추기 위해 뒤늦게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말 대비 원화는 5일 현재 4%가량 절상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물가 급등은 현 정부의 원화 약세 정책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며 "지난해부터 환율을 정상화시켰어야 했는데 시기가 늦었다"고 지적했다.

고세욱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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