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무작정 잡기만 하면 잡힐까

홍인표·김주현 기자 2011. 1. 2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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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체감지수 큰 통신료·학원비는 놔둔 채 밀가루·라면값 잡는 정부

정부의 물가대책이 겉돌고 있다. 지난해 7월 오픈프라이스(판매가격 자율 결정) 제도 시행으로 가격 결정권이 일선 판매점으로 넘어왔지만 정부는 생산업체를 닦달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기름값을 잡겠다며 정유업체를 압박하는 것도 기름 유통시장 구조와 동떨어진 얘기다. 가계부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통신료와 학원비는 뺀 채 밀가루·라면값을 잡겠다고 서두르는 것도 일반 소비자들의 체감지수와는 거리가 있다. 시장 유통구조를 개선치 않고 '관치' 시절 대증적 요법에 매달릴 경우 '풍선 효과'를 가져와 물가안정에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 엉뚱한 물가대책 = 26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의류와 라면·과자·빙과·아이스크림 등 247개 품목에 대해 권장소비자가를 없애는 오픈프라이스제도를 확대 시행했다. 신라면을 만드는 농심은 가격은 뺀 채 제품만 공급할 뿐 가격은 일선 판매점이 정하는 구조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며 제조사를 종용하는 꼴이다. 정부 부처 직원들이 제조업체에 상주하며 "가격을 언제 내릴 거냐"고 독촉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두부, 라면값을 내려도 대형 유통업체나 동네 슈퍼마켓이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정부가 아무리 제조사를 압박해도 소비자와의 접점인 유통망에서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상 물가정책이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통신·학원비는 왜 없나 = 정부의 물가관리 대상 품목 선정도 문제다. 정부가 관리하는 500여개 품목은 소비자들의 실제 체감지수와는 큰 차이가 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신라면은 지난해 2월 이후 줄곧 5개에 2920원에 팔리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3000원으로 수개월간 변동이 없다. 정부가 원재료값 인상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을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정부 관리대상은 대부분 가격 인상폭이 크지 않다. 소비자들의 체감지수는 다르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월 평균 밀가루(422원), 설탕(699원), 식용유(627원) 소비량은 학원비(17만1632원)의 98분의 1 수준이다. 또 가구당 학원비, 통신비, 유류비는 월 평균 39만6975원이지만 정부가 전방위 물가대책에 나서면서 지목한 품목인 밀가루, 설탕, 식용유는 1748원에 불과하다. 월 평균 외식비 지출은 26만7397원인 데 비해 빵·과자류는 평균 2만7468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물가잡기로 가격인상에 발목을 잡히거나 인하에 들어간 품목들은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낮은 품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탕값이 20% 올라도 소비자물가지수는 0.04%포인트밖에 안 오른다"며 "현행 소비자물가 산정 기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기름값은 주유소 사장이 정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목한 기름값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름값을 내리도록 정유업체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전국 1만3000개 주유소 가운데 16%인 2100여개만 정유사가 관리하는 직영 주유소다. 나머지 대부분 주유소는 자영업자들이 가격을 결정한다. 정유사가 휘발유값을 내리더라도 주유소 사장들이 그대로 따를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최근 유류세를 내려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박할 때도 같은 논리였다. 유류세를 내려봐야 일선 주유소에서 가격에 제대로 반영치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정부는 그러나 기름값을 잡겠다며 정유사를 압박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국 주유소의 평균 마진은 4%로 신용카드 수수료(1.5%)를 빼면 2.5%가 남는다"며 "1000원 팔아야 25원 남는 수준에서 더 낮추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돈을 대는 '공기업'으로 바꾸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최근의 물가 상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풍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나타나는 장기적 문제인데도 정부는 그때그때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금리와 환율을 중심으로 거시적인 정책 수단 위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홍인표·김주현 기자 ipho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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