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닥친 전력大亂] 방에는 전기매트, 사무실엔 온풍기, 식당엔 전기히터, 책상밑엔 전기난로.. 싸다고 전기난방 펑펑.. 이대로 가면, 전국이 방전된다

이성훈 기자 inout@chosun.com 2011. 1. 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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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낮 기온이 섭씨 영하 5도를 밑돌던 18일 낮 12시 서울 서초동 A식당.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자세를 몇 차례 고쳐 앉았다. 방석을 깔았지만 전기온돌 패널이 설치된 바닥은 엉덩이가 뜨거울 정도로 달궈져 있었다.

100평 남짓해 보이는 식당 가운데엔 대용량 전기히터가 뜨거운 바람을 뿜어댔다. 전기온돌방 5곳에도 온열기가 돌아갔다. 식당 곳곳에 놓인 소형 온풍기를 합치면 전기 난방기는 모두 10여대. 뜨거운 국물 요리를 먹는 손님 중에는 소매를 걷어올린 사람도 있었다.

이 식당은 오전 11시 30분부터 가게 문을 닫는 오후 10시까지 난방기를 풀가동한다. 식당 주인 박모씨는 "석유난로를 이용했는데 손님들이 매캐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재작년부터 모두 전기 난방기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 가게 한 달 난방비는 약 100만원. 박씨는 "석유난로를 이용할 때와 별 차이는 없다"며 "전기 난방기는 간편하고 위생적이어서 좋다"고 말했다.

한파(寒波)와 함께 몰아닥친 사상 최악의 전력난 주범으로 전기 난방이 지목되고 있다. 값이 싸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석유난로 대신 전기 난방기를 설치한 음식점과 사무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근대 박사는 "에너지효율이 석유나 가스의 50%에 불과한 전기를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며 "이런 전기 사용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수년 안에 전기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실마다 전기 난방기

서울 중구의 T여행사. 중앙 난방을 하는 이 사무실은 실내 온도를 섭씨 21도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볕이 들지 않는 사무실 구석 책상마다 개인용 전기난로가 돌아가고 있었다. 이 회사 김모 상무는 "추우면 업무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5만원만 주면 전기 난방기를 살 수 있는데, 굳이 다른 난방기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간 온풍기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6% 급증했다. 전기히터 판매도 52% 늘었다. 이마트 황종순 과장은 "현재 판매되는 난방기의 대부분이 전기제품"이라고 말했다.

작년 겨울 난방용 전기 사용은 1664만㎾로 전년 대비 17.6%나 늘며 산업용 전기 증가율(12.3%)을 앞질렀다. 올해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작년보다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난방용으로 등유와 가스보다 전기를 사용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은 가격이 싸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2004년 이후 도시가스와 등유 가격은 45%나 인상됐지만 전기요금은 13% 인상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25평 가게를 등유로 난방할 때보다 전기로 할 경우 한 달 평균 7만원 이상 싸다는 분석이다. 에너지관리공단안진한 팀장은 "최근 5년간 난방용 전기 사용량은 평균 10% 이상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빗나가는 전력 예상

난방용 전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전기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12월 발표한 4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 2010년 우리나라 전력 사용량을 4억2502만㎿h로 예상했다. 하지만 작년 실제 전력 사용량은 이보다 914만㎿h 초과했다. 초과량은 고리 원자력발전 1기가 한 해 동안 생산하는 전기량에 해당한다.

전력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자 정부는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우선 발전 원가가 싼 발전소를 많이 짓는 것을 추진 중이다. 지경부는 2024년까지 원전 14기, 유연탄 발전소 15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19기를 더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여기에 49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요를 억제하지 않으면 전기 공급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전재완 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겨울철 실내 온도 제한을 통해 기본적인 전기 수요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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