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체감도 양극화..저소득층 집중 타격

2011. 1. 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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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진단과 전망] 현실과 동떨어진 물가지표

가계수입 적을수록 소비액 중 생필품 비중 높아

소득계층별 물가지수 파악해야 서민 정책 효과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2.9% 올랐다고 한다. 2%대의 물가 통계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물가는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다. 가정주부는 장을 볼 때, 직장인은 점심값과 교통비에서, 학생들은 책과 학용품을 살 때 물가의 움직임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사람마다 소비하는 품목뿐 아니라 구입하는 양도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이 느끼는 물가가 각기 다른 것이다. 통계청에서는 구입빈도별 지수, 신선식품지수, 생활물가지수 등을 발표하여 지수물가와 체감물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계층별로는 물가지수를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어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와 전체 평균적인 물가와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최근 농수산물, 전월세 등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필수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는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계층별 물가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먼저 소비자물가가 계산되는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물가란 최종 소비단계에서 거래되는 개별 상품의 가격에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지출 비중)를 곱하여 가중 평균한 종합적인 가격수준을 말한다. 소득계층별로 소비지출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계층별로 각기 다른 지출 비중을 적용하면 소득계층별 물가를 구할 수 있다.

소득계층별로 어떤 품목에 얼마의 금액을 지출하는지 발표하는 통계청의 '도시가계조사' 자료를 이용해 소득계층별 물가지수를 구해본 결과, 저소득층의 물가상승률이 고소득층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과 같이 지난해 9~12월 중 소득 하위 10% 내 최저소득층의 경우 4.1%나 상승했지만 소득 상위 10%의 최고소득층은 3.2% 상승에 그쳐 0.9%포인트의 차이가 있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에 견주어 저소득층의 물가는 더 높고 고소득층일수록 평균보다 낮아 소득양극화 심화와 함께 물가 측면에서도 저소득층의 삶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계층별로 물가지수가 다른 주된 이유는 소득계층별 소비지출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은 다른 계층에 비해 의식주와 같은 생필품에 대한 소비지출 비중이 높다. 가계의 소비지출 총액 중 저소득층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고소득층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엥겔의 법칙'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고소득층의 경우는 생필품보다는 선택적인 소비품목에 대한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2010년 소득계층별 소비지출 비중을 보면, 소득 상위 10%의 최고소득층은 교통비(15.4%)가 가장 높고, 교육(14.6%), 외식·숙박(11.6%), 기타 잡비(11.6%), 식료품(10.2%) 등의 순이다. 최저소득층의 경우는 식료품이 21.2%를 차지해 최고소득층보다 2배 이상 높고, 집세·수도·광열(16.5%) 등의 순으로 지출 비중이 높았다. 최근 이상기온과 전셋값, 연료비 상승으로 식료품과 집세·광열·수도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데다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이들 생필품의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물가상승률이 고소득층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다.

여기서 작성한 소득계층별 물가지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현재 통계청에서 조사해 발표하는 세부 품목의 물가는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는 대표적인 품목의 평균적인 가격이 동일하게 적용되어 작성된다. 하지만 소득계층별로 구매 특성이 있기 때문에 계층별로 구매하는 세부 물품의 가격이 다른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채소의 경우 대형 할인매장에서 대규모로 판매하는 가격과 고가의 유기농 제품의 가격이 다르다. 만약 중산층은 대형 할인매장, 저소득층은 재래시장에서, 고소득층은 유기농 채소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가정할 때 통계 분류상 동일한 채소류일지라도 고소득층이 구입하는 가격은 저소득층이 구매하는 채소보다 가격이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가전제품 중에서 텔레비전(TV)의 경우도 크기, 기능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현재는 계층별 구매 특성을 반영한 세부 품목별 물가지수를 적용할 수 없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계층별-세부 품목별 물가를 조사하지 않고 있어 대표 품목의 평균적인 물가만으로 계층별 물가지수를 작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소득계층의 구매 특성을 반영한 상품의 물가가 조사, 발표된다면 계층별 물가지수가 좀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정확하게 작성될 수 있을 것이다.

저소득층의 물가 안정은 경기회복뿐 아니라 복지사회 구현의 필요조건이다. 최근 고소득층 중심의 소비회복이 중산층 이하 계층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가계의 구매력을 결정하는 물가가 안정되어야 할 것이다. 소득양극화 심화와 함께 물가 측면에서도 저소득층의 생활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난 만큼 중산층 이하 계층의 살림살이를 개선하는 다양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유통혁신뿐 아니라 수급 안정과 과도한 중간마진을 줄이는 중장기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더욱이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와 관련된 생필품의 물가 안정을 복지사회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미 소득계층별로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중산층보다 저소득층의 물가가 낮다. 선진복지국가일수록 기초생필품 가격이 안정되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송태정(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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