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휘둘리는 경제, 허약성 가속화

2011. 1. 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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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3부 정책을 말하다-경제

① 덫에 걸린 한국경제-세계화의 덫

환란뒤 시장개방 전면화해외자본 영향력 더 커져수출의 고용효과는 감소FTA, 또다른 뇌관 될수도

1997년 말에 터진 외환위기는 세계화를 전면에 내건 '문민정부'가 맞닥뜨린 첫번째 시련이자, 동시에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질적으로 뒤바꾼 역사적 사건이었다. 특히 외환위기의 해법으로 진행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속성상 국민경제의 울타리를 허물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대신 들어선 금융자본 주도의 경제체제는 두고두고 우리 경제에 깊은 생채기를 남길 싹을 키우고 말았다. 정부의 산업정책은 사실상 사라졌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역시 금융시장에 완전히 내맡겨진 채 금융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펼칠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말 그대로, '세계화'란 이름 아래 국민경제가 사실상 무장해제당한 셈이다.

그 파장이 가장 크게 미치는 곳은 단연 금융시장이다. 자본시장 개방으로 외국인들에 대한 투자 빗장이 활짝 열림에 따라, 환율 등 금융시장의 주요 가격변수들은 실물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보다는 세계 금융시장을 휘젓는 금융자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종속변수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극도로 높아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0.6%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전체 채권 발행잔액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해 말엔 6.8%까지 높아졌다. 김일구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나친 외화 유입은 급작스런 시장 변동 가능성을 키울뿐더러, 결국엔 싼값에 외국으로부터 '거품'이 밀려오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통화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등 정책 무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빠르게 진행된 세계화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허약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생산비 경쟁에서 우위를 갖추고 무역장벽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글로벌 아웃소싱이 확산되면서 수출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더라도 정작 그 열매가 국민경제에 고루 스며들지 못하는 악순환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수출의 고용효과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수출액 10억원당 일자리를 얼마나 늘렸는지를 나타내는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지난 2000년 15.3명에서 2007년엔 9.4명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명박 정부가 적극 밀어붙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 거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자칫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당분간 세계화의 양상이 지금까지와는 크게 다른 모습을 띨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서원 엘지(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선진국들은 각종 비관세장벽을 높이고 개도국들은 관세장벽을 높이려는 목소리를 키워나가는 등 그간 진행됐던 세계화의 방향이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며, "면밀한 준비 없이 밀어붙이는 주요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자칫 우리 경제의 돌파구로 작용하기보다는 되레 방향을 잃게 만드는 쪽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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