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식빵 소동' 자영업자 과당경쟁 탓?

2010. 12. 28.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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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쥐식빵' 사건의 파문이 확산하면서 제과업계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관심을 끈다.

쥐식빵을 산 사람이 경쟁 관계의 인근 빵집 주인으로 드러나면서 과당 경쟁에 따른 자작극일 개연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수서경찰서는 제과점 주인 김모(35)씨가 문제의 빵에 일부러 쥐를 집어넣고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을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씨의 제과점은 업계 2위 프랜차이즈사의 가맹점으로, 쥐식빵을 팔았다는 파리바게뜨 점포와 불과 100m 떨어져 있다.

◇ 제과업계 과당경쟁과 프랜차이즈화 = IMF 사태 이후 전체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의 비중이 급증했다.

특히 제과점은 기업 은퇴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과점은 전국에 1만1천22개로, 인구 4천516명당 1개 수준이다.

호프집이 인구 767명당 1개, 편의점이 3천410명당 1개, 식육점이 2천364명당 1개인 것과 비교하면 다른 업종보다 특별히 더 많은 편은 아니다.

문제는 자영업 중에서 프랜차이즈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단독 브랜드로 자영업을 할 때 생기는 위험을 줄이고자 기존의 단독 제과점도 프랜차이즈에 가맹하는 경향을 보인다.

◇ 프랜차이즈가 경쟁 자극? =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기존의 독립 소매업소보다 경쟁을 과열시킬 우려가 있다.

우선 과다한 초기 투자비용이 가맹업주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보면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여는 데는 가맹비와 교육비, 보증금 등을 포함해 모두 2억1천만원이 든다.

이는 수천만~1억원대에 이르는 편의점이나 치킨점 가맹업소 개점 비용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개점 이후에도 본사의 관리감독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고 매장 관리도 엄격하다.

초기비용이 많고 운영이 덜 신축적이다 보니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기존의 독립 브랜드 제과점보다 더 많은 수요자를 끌어들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게 된다.

똑같은 시장수요 여건이라도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들어서면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본사의 마케팅전략도 경쟁 악화 = 프랜차이즈 본사의 공격적인 매장 전략도 경쟁격화에 영향을 미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자 지속적으로 가맹점수를 늘려왔다.

파리바게뜨 매장은 2007년 1천568개에서 2008년 1천762개, 지난해 2천222개로 늘었으며 올해는 2천600개로 확대됐다. 경쟁사인 뚜레쥬르 가맹점 수도 2007년 859개에서 올해 1천400개로 급속히 성장했다.

매장 수가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수요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도 무리하게 출점을 결정하게 될 여지가 있다.

상권 확보를 위해 기존 프랜차이즈 매장이 있는 곳 근처에 가맹점을 신설해 밀어내기식으로 경쟁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문제의 빵을 판매한 파리바게뜨 매장도 3년 전 경쟁업체의 가맹점 100m 부근에 공격적으로 개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마스 등 매출이 몰리는 시즌에는 엄청난 이벤트와 마케팅을 하는 본사의 정책에 맞춰 가맹점에도 실적을 강요하기도 한다.

결국, 기존 고유 브랜드를 가진 동네 제과점이 있는 상황보다 프랜차이즈 업체가 모이게 되면 경쟁이 더 격화될 개연성이 다분해진다.

한 프랜차이즈 제과점 가맹점주는 28일 "독립적인 동네 제과점은 스스로 운영을 제어할 여지가 많지만, 가맹점은 본사에 휘둘리는 경향이 크다. 본사가 관리감독과 마케팅을 하다 보니 개별 점포는 수동적인 판매처 역할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매업소가 프랜차이즈화하면 초기 투자비용이 많아지고 본사의 영향 아래 놓이다 보니 똑같은 시장 여건에서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편의점 등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도 경쟁과다는 마찬가지인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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