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중국산 배추, 그보다 더 못믿을 대책

김다슬 기자 2010. 10. 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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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숭숭 뚫린 '유일한 수급안정책'중국 불량 김치 3년간 1610t 폐기.. 안전성 의문 커수입업자 배만 불려.. 농민 이중고 우려

정부가 채소값 폭등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부랴부랴 내놓은 수급안정책은 실효성 미비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유일한 대책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채소 수입이다. 하지만 당초 수입하려던 무는 중국에도 물량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여기에 중국산 채소 역시 기상이변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격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도 미지수다. 중간 유통업자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유일한 대책은 '중국산' 수입 = 농림수산식품부 채소수급안정대책반은 3일 "중국에서 배추 160t을 확보했으며 오는 18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입대상지를 산둥성 외에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 랴오닝(遼寧) 등 동북 3성과 허베이(河北)성에도 조사팀을 파견시켜 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 관련 절차도 간소화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배추·무 수입 무관세 적용을 위한 입법예고를 생략하기로 했으며 보통 1주일 걸리던 검역기간도 2~3일로 단축했다.

타들어 가는 농심

대전 유성구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윤요근씨가 3일 이상기온의 영향으로 자라지 못한 배추밭을 살펴보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정부가 중국산 배추 수입에 매달리는 것은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창한 농민연합 정책위원장은 "채소값 폭등으로 나라가 들썩이고, 올 한 해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치고는 너무나 빈약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농식품부도 배추 수입이 거의 유일한 대책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에 수입밖에는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며 "김장배추는 전국에서 재배 중이므로 그때쯤이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산 배추, 믿고 먹을 수 있나 = 중국산 배추에 대한 안전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창한 위원장은 "중국산 배추의 재배과정 등 전반적인 상태에 대해 검증이 되지 않았고 병해충에 약한 배추 특성상 인체에 해로운 농약이나 비료의 사용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선채소 수입 시 토양이 묻어 올 수밖에 없어 병해충이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수입되는 물량은 생배추지만 2008년부터 올 8월까지 80건에 걸쳐 모두 1610t의 중국산 배추김치가 이물질 검출 등의 이유로 폐기됐다는 것도 우려를 증폭시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검역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있지만 빨리 한다고 대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농민들 이중고 겪을 수도 = 배추값 폭등에 수입물량까지 더해지면 농민들만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유통인과 계약재배(밭떼기)를 하는 배추 농가들이 대부분 계약금만 받아둔 상황에서 유통인들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중국산 배추 수입으로 방향을 선회하면 농가는 큰 손해를 입게 된다.

민간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현재 중국산 배추 216t이 통관 대기하고 있다. 농식품부에서는 수입 후 판매되는 상황을 봐서 계속 수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국산 채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농민들의 반발도 고려해 가격을 안정화하는 수준으로 수입을 최소화하려고 하지만 그 선이 어디일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채소 가격이 평년에 비해 2~4배나 뛰었지만 배추 외 다른 채소류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점도 구멍이다. 당초 함께 수입하려던 무는 중국 내에 국내 소비용 무와는 다른 단무지용 대형 무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돼 수입이 취소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순 이후 산둥성 등지에서 국내 소비용 무를 수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김다슬 기자 amorfat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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