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 2009년보다 2배 비싸 "장보는데 3시간.. 살 게 없다"
과일·채소 값이 '너무' 올랐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한탄하고 있다. 대형마트마저 한산했다.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은 마트의 과일·채소 코너 앞에서 고개를 가로저으며 발걸음을 거뒀다.
2일 서울 수서동의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 앞에서 주부 신영균(52)씨는 한참을 망설였다. 배추 한 포기에 2480원. 신씨는 배추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너무 작은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트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채소 코너로 돌아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쌌다.
신씨는 발길을 돌려 근처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으로 향했다. 오후 1시면 손님이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평소와 비교할 때 너무 썰렁했다. 채소가게에서 한 포기에 2000원짜리 배추를 5포기 샀다. 10포기를 살 생각이었지만 예산을 생각해 계획을 바꿨다. 마늘, 생강, 양파는 집 근처 채소가게에서 조금씩만 샀다.
신씨가 배추 5포기, 무 2개로 김치를 담그기 위해 대형마트, 시장, 집 근처 채소가게까지 발품을 팔며 쓴 돈은 2만3400원이었다. 수박 한 통과 자두 8개를 사느라 쓴 1만2000원까지 합하면 과일과 채소를 사는 데 3만5400원이 들었다. 신씨는 "오전 11시에 나와서 더 싼 데 찾아다니느라 장보는 데 3시간이나 걸렸는데도 장바구니가 너무 가볍다"며 한숨지었다.
대형마트의 경우 과일·채소 값이 지난해보다 1.5∼2배 이상 올랐다. 홈플러스는 2.5㎏짜리 배추 한 포기가 2980원이다. 작년 이맘때는 한 포기에 1280원이었다. 작년에 비해 2.3배나 올랐다. 이마트에서는 무 한 개당 2480원에 팔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 1250원보다 두 배 가까이 인상됐다. 이마트에서 복숭아 6개를 사려면 1만4980원이 든다. 작년엔 9600원이면 살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 과일·채소 코너에는 머무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비싸다며 놀라거나 한숨쉬면서 지나치는 손님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재래시장 분위기는 더했다. 지난달 29일 부천시 자유시장에선 상인과 손님의 흥정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채소를 팔던 조모(70)씨는 시금치 한 단에 2000원이라는 말에 '비싸다'며 돌아서는 손님을 붙잡았다. 조씨는 단을 풀어 1000원어치를 팔았다. 조씨는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손에 쥐는 것은 몇 푼 안 된다"며 "한 단에 2000원짜리도 비싸다는 손님들이 많아서 1000원어치라도 억지로 팔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는 상인들과 1000원, 2000원을 깎기 위해 흥정하는 주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강모(39·여)씨는 "마트에서는 공산품만 사고 과일이나 채소를 사려면 시장을 찾는다"며 "어렵게 장사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시장도 싸지 않으니 자꾸 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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