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회복? 서민들에겐 딴 나라 얘기

2010. 7. 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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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백남주 기자]한국경제는 지표상으로만 본다면 최고의 실적들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이러한 경제지표들과는 괴리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성장'만 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서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이러한 논리를 편 지도 1년여가 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지표상의 회복세가 꺾일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과연 국민들은 언제까지 현 정권의 '조금만 기다리면 성장의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는 식의 논리를 믿을 수 있을까?

최근 나타나는 경제지표들만을 보면 한국경제는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서 빠른 성장을 해나가는 모습이다. 특히 수출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표상의 경기는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10년 상반기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6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32.4% 급증한 426억5300만달러(잠정치)를 기록했다. 지식경제부가 수출입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수출실적이다. 무역흑자 역시 5월(41억2800억달러)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74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6월 30일 통계청의 '5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5월 광공업 생산은 전년동월대비 21.5% 늘어나며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82.8%로 지난 1995년 이후 14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도 놀랍다. 7일 삼성전자는 2010년 2분기 실적이 국내외 사업장을 합한 연결 기준으로 매출은 37조 원, 영업이익은 5조 원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분기별 영업이익이 5조 원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1분기에도 최대실적을 기록했었는데 이와 비교해서도 매출은 6.81%, 영업이익은 13.38% 증가한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10년 1분기 사상 최대 판매실적(분기 기준)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6월 미국시장에서 총 8만3111대를 판매하며 8.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최고 기록을 갱신 중인 경제지표들... 그러나 하반기

회복세 둔화될 조짐

하지만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꺾일 불안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세계경제가 이중침체(더블 딥)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크고 외부충격에 취약한 한국경제로써는 만일 세계경제가 더블 딥 국면에 빠져든다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수출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가 둔화된다면 한국의 수출은 지금과 같은 실적을 내기는 어렵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유럽국가들은 재정긴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미국은 5월 신규주택 판매와 잠정주택 판매(잔금 지급 없이 계약만 체결되어 있는 주택매매)가 4월 대비 30%가량 급감하는 등 정부의 주택관련 지원책이 종료되자 주택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회복세를 보이던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도 다시 둔화되는 모습이다.

중국 역시 중국경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제조업 지표가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등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6월 29일 미국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는 통계오류가 있었다며 중국의 4월 경기선행지수를 전월대비 1.7%상승에서 0.3%상승으로 수정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경제지표들도 하반기 경기 회복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5월 8.0%로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통계청, '5월 산업활동 동향'). 1월에 1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5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미래의 경기가 상승할 것인지, 아니면 하강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지수로 이 지수가 하락세를 이어간다는 것은 향후 경기가 둔화될 것임을 보여준다.

최대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수출과는 달리 소비, 서비스업 생산 등의 내수지표들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매판매는 3월 9.9%, 4월 7.3%, 5월 3.6%(전년동월비 기준)로 증가 속도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설비투자도 전년동월대비로 5월까지 7개월 연속 증가추세를 이어갔으나 3월 34%, 4월 25.5%, 5월 22.3%로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하반기 설비투자계획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기업 1350곳의 설비투자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이 상반기 20.6%에서 하반기에는 4.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은 5월 기준으로 전년동월 대비 3.8% 증가했지만 회복세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월 7.3%, 3월 5.5%, 4월 3.7%, 5월 3.8%로 회복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전월 대비 증감률로 살펴보면 2월 3.1%, 3월 0.2%, 4월 0.1%, 5월 -1.2%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5월 들어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비스업 생산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경제지표와 달리 나아지지 않는 서민들의 체감경기

둔화되는 경기지표보다 더욱 큰 문제는 서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다. 서민들이 느끼는 경기는 각종 경기기표의 호전 속에서도 별반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못했다. 게다가 살펴본 것처럼 각종 경제지표들은 정점을 찍고 하락할 조짐들을 보이고 있다. 향후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는 2009년 2분기부터 경기회복 조짐들이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고 있듯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하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계속 냉랭했다. 주변을 살펴봐도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국민들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서민들의 인식은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원(KDI)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래 표를 보면 경제가 좋아졌다고 느끼는 국민들은 15.7%에 불과하다. 경제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46.7%에 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전문가들은 65.2%(58.0%+7.2%) 가량이 경기가 좋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 국민들과의 인식의 차이가 크게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 기획재정부-KDI

위와 같은 인식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각종 통계와 경제지표들로 경제현황을 판단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가 그룹과 경기현황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일반국민들과의 인식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표상의 호전과 서민경기 회복 간의 연관성이 약화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혜택이 소수 대기업과 특정 산업에 치중되고 다수의 서민들은 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947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009년 평균 1276원으로 329원(35%)이나 폭등한 결과 일반가계의 구매력은 떨어뜨리고, 수출 대기업들의 원화 표시 매출액은 대폭 늘려 주었다.

또한 재벌 대기업들이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불공정한 하도급 구조 속에서 원자재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등 중소기업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4.2%는 원자재가격이 상승해도 이를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부 반영한 곳은 3.9%에 불과했고, 일부만 반영했다는 업체는 47.1%였다(2010.7.2, '원자재와 납품단가 반영실태 조사결과'). 90% 이상의 중소업체들이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정부의 대규모 건설경기 부양책 등은 다단계 하청구조 등으로 인해 대기업 중심으로 혜택이 돌아가고 중소기업, 서민가계까지 풀린 돈이 내려오지 않았다.

결국 지금과 같이 수출이 최대실적을 기록하고, 삼성전자가 엄청난 이윤을 획득하더라도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지금과 같은 경기지표상의 회복세마저 꺾인다면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서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물가는 하반기 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관리 목표치(3±1%)를 벗어나고 있지 않지만 2~3개월 후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수입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5월 각각 전년동월대비 11.3%, 4.7%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어 왔던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정부는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전기와 가스요금이 인상될 경우 버스·지하철 등의 공공교통요금 및 상하수도요금 등이 따라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7월1일 소비자원이 공개한 전기료, 열차료, 도시가스료, 상수도료, 도로통행료, 우편료 등 6개 공공요금의 원가정보에 따르면 모두 총수입이 총원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폭을 최대한 억제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전기, 가스요금 인상을 공식화한 입장에서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여기에다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한 정부 입장에서는 세원마련을 위해 담배세 및 주세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성장률 집착버리고 서민들에게 혜택 돌아가는 정책 펼쳐야

집권 초기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전 국민적 촛불 저항에 직면했던 이명박 정권은 국민들로부터 급속히 신뢰를 잃어갔다. 국민들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일방주의적인 현 정권에 대해 국민의 불만들은 쌓여갔다.

그러함에도 이명박 정부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지표 상의 성장에 기인한 측면이 컸다. 수출호황과 주가상승 등을 보며 국민들은 '이제는 경기가 좀 풀리려나'하며 참고 기다려왔다. 이명박 정부 역시 2010년 1분기 8.1% 성장 등 경제성장을 가장 큰 성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계속 한겨울이다. 2009년부터 이어지는 지표경기 호황 속에서도 서민들은 경기회복을 체감하고 있지 못하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정책보다는 경제가 성장하면 서민들에게도 그 과실이 돌아간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 해왔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한 지도 1년이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반기 경기회복세마저 꺾여버린다면 현 정권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현 정권에 남은 국민들의 마지막 기대도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4대강 사업 강행, 불법 민간인 사찰, 또 다른 굴욕 협상이 예상되는 한미FTA 추가논의 등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사안들이 넘쳐난다.

문제는 성장률에 집착한 경기운용이 아니라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서민들에게까지 내려가지 않는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서민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성장만 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국민들은 더 이상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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