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고작 8원 인상? 해도 너무 한다

2010. 6. 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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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명옥 기자]

▲ 민주노총 집회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해 집회를 열고 있다.

ⓒ 이명옥

23일 오후 4시 보신각 앞에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민주노총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측에 따르면, 이미 집회 신고와 평화행진 신고까지 마친 합법적 집회였다. 그런데 경찰은 집회를 시작한 지 30분이 채 안 돼 불법집회라며 해산 명령을 내렸다.

경찰 추산 집회 인원은 2500명인데 반해 투입된 경찰은 무려 4000명이나 됐다. 길을 온통 막아 선 것은 사실상 경찰인데 통행을 방해하는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1차 경고에 이어 2차 경고가 나왔다. 집회를 짧게 마친 후 합법적 집회를 방해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던 민주노총의 시도는 경찰의 원천 봉쇄로 무산됐다.

'최저임금 현실화'는 비정규직만이 아니라 불안한 일자리를 가진 모든 노동자의 최소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데 밥줄 놓고 협상 벌이며 뒤로 물러설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진 사람들은 "지금 대한민국에 밥 굶는 사람 있느냐?"는 소리를 예사로 한다. 노숙인이 아니라도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배부른 자들의 소리다.

나만해도 지난해 11월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던 일자리가 없어 진 뒤, 내내 일자리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실업급여마저 5월에 끝난 뒤 실제로 매달 끼니를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높은 눈높이 때문이 절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50세가 넘은 여성이 장애까지 있으면 사회적으로 그림자나 유령 같은 존재다.

어느 일자리를 봐도 오십대 장애여성을 고용하겠다는 일자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사실 내가 지닌 장애라는 것은 마라톤을 하거나 매일 산을 오르내려야하는 일이 아니라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왼쪽 다리를 경미하게 저는 것뿐이니 말이다.

▲ 민주노총 집회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

ⓒ 이명옥

지난 2년 4개월 동안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며 노동부로부터 받은 임금은 시간당 최저임금에 맞춘 것이었다. 최저 임금에서 단 돈 일원도 더하지 않은 것이 노동부에서 명색이 대졸 여성 노동자에게 주는 시급이었다.

4대 보험을 제하기 전 급여가 80만원이 조금 웃도는 정도여서 실제로 쥐어지는 돈은 76만 원 정도. 게다가 가가호호 방문 학습이었기 때문에 차비도 수월찮게 들었고 점심도 사먹어야 해서 십여 만 원이 나가면 실제로는 한 달에 60여 만 원 벌이가 되는 셈이었다.

소일삼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해도 노동의 대가치곤 야박하기 그지없는 계산법이다. 그런데 실질적 가장이었던 나 같은 경우는 삼십여 만 원을 더 벌기 위해 새벽에 무가지 신문을 돌리고 푼돈을 위해 원고를 쓰는 일도 마다지 않는 그야말로 전천후 몸빵으로 살아내야만 겨우 밥 먹고 세금을 냈다.

올해 정부부처 인턴을 채용 공지를 봤더니 20대에 시간당 최저임금에 준한다고 되어 있었다. 인턴이나 비정규직에게 시간당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열악한 곳에서 힘든 일을 하는 비정규직과 기간제 노동자일 경우 시간이 길어질수록 최저임금을 웃도는 임금은 절대 보장받지 못한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아니 더 힘든 일을 하거나 더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비정규직이거나 시간제라는 이유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 노동의 현 주소다.

▲ 민주노총 집회

평화 행진을 통해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던 민주노총의 계획은 경찰의 원천 봉쇄로 무산됐다.

ⓒ 이명옥

그런 여러 가지 상황을 미루어 볼 때 최저임금의 현실화 방안은 당연한 요구이지 결코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이 무엇인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최저 비용'이다.

그런데 경영계에서 최저임금을 4110원에서 고작 0.2% 인상하겠다는 것은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것을 넘어서 노동자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마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달라는 요구마저 기업과 정부가 무시한다면 대한민국은 노동부 통계 460만 6000명,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통계로는 800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방기하겠다는 이야기다.

10명 중 8명이 비정규직인 대한민국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넘어서 갈등을 없앤 독일. 일본, 노르웨이 등 선진국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만일 끝까지 정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편 가르고 가진 자보다 훨씬 많은 노동자의 삶을 방관한다면 생존권을 박탈당한 노동자들의 갈수록 커져가는 분노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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