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심 대형빌딩 사무실 '텅텅'.. 강남권역 오피스 공실률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5%대 기록

2010. 6. 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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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758-0000', '임대문의 567-XXXX'

21일 오피스 빌딩이 빽빽이 들어선 서울 강남역 사거리 인근. 테헤란로가 시작되는 이곳 주변으로 임차인을 구하기 위한 현수막과 입간판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강남파이낸스센터 맞은 편 우신빌딩의 경우 건물 양쪽으로 임대 현수막을 늘어뜨리고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강남역에서 선릉역까지 테헤란로에 바로 인접한 빌딩 중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현수막과 입간판 등으로 광고를 하는 빌딩 수만 20여개에 이른다.

이는 강남으로의 임차 수요가 많아 굳이 현수막을 크게 내걸면서까지 임차인을 구하지 않아도 되던 때와 상반되는 것이다.

특히 강남이나 도심 큰 건물의 경우 임대 관련 업무를 직속 PM(Property Management)사에서 전담하며 임대 업무를 처리해오던 것을 감안하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률이 높아지자 좀더 공개적으로 임차인을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빈 사무실 증가 현상은 수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지역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7.6%로 지난해 말보다 0.1% 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4.9%였던 것을 감안하면 2.7% 포인트 늘어났다. 강남권역을 비롯한 서울 도심의 공실률 역시 증가 추세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강남권역의 올해 1분기 공실률은 5.2%로 전분기보다 0.3% 포인트 증가했다. 강남권역 공실률이 5%를 넘은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서울 종로·을지로·신문로 등 도심권역 역시 전 분기 대비 0.3% 포인트 증가한 3.5%를 기록했다.

2분기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2분기 역시 강남권역과 도심권역을 중심으로 공실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홍순만 신영에셋 이사는 "아직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강남권역과 도심권역은 0.1∼0.2% 포인트 정도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실률이 늘어나는 것은 경기 침체로 사무실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또 강남권역의 경우 회사들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도심이나 경기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는 반면 공급은 늘어 공실률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다.

공실률 증가에 따라 임대료도 낮아지고 있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1분기 서울시내 오피스 빌딩 평균 임대료(전세로 환산)는 3.3㎡당 546만7000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0.9%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호가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계약 시에는 이보다 낮아진다. 홍 이사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실제 계약 가격은 3∼4% 낮아졌다"고 말했다.

1∼2개월치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 계약도 늘고 있다. 공실 기간이 길어지면서 1∼2개월치 임대료를 받지 않더라도 임차인을 구하려는 건물주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개월치 임대료를 받지 않을 경우 8% 정도의 임대료 인하 효과가 있다.

이 같은 도심 오피스 빌딩 공실률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 준공되는 오피스 빌딩 숫자가 많고 신규 창업 업체들이 변두리나 아파트형 공장으로 많이 입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서울의 낮은 공실률로 착공된 13개 대형 오피스 빌딩의 공급이 올해부터 2013년까지 예정돼 있다.

김태호 알투코리아 이사는 "오피스 빌딩 시장은 고용시장 등 전반적인 경기 상황과 관련 있는데 전체 경기가 급격히 개선될 여지가 없고 빌딩 공급이 많아 당분간 높은 공실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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