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리긴 올려야할텐데.." 고민 깊어진 한국은행

이학선 2010. 6. 10.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금통위 6월 기준금리 결정..전문가들 "동결 가능성 높아"

- 성장률 등 경제지표, 금리인상 압박..남유럽 위기는 변수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경기는 나아지고 물가도 꿈틀하는데 해외 불안요인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연 2.00%로 묶어두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회복세와 고용시장 개선, 물가불안 등 기준금리 인상 여건이 무르익고 있지만 남유럽 재정위기 등 해외불안요인으로 인해 지금 당장 금리인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은 10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6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금리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현 시점에 한은이 무리하게 금리를 올리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이데일리가 지난 3일 국내 거시경제와 채권시장 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전원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운용역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6.4%가 금리동결에 손을 들었다.

◇ 경기회복 뚜렷..민간 자생력도 회복세

하지만 국내 경제지표는 기준금리 인상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1분기 성장률은 전기대비 2.1%로 속보치에 비해 0.3%포인트 높았다.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8.1%로 8년여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1.6%포인트로 정부의 성장기여도(1.2%포인트)보다 높아 민간부문이 정부를 대신하는 구도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도 호조세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수출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13%에서 `20% 이상`으로 높여잡았다. 지난달에도 조업일수 변동을 제외한 일평균수출액은 18억4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후행지표인 고용시장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수는 58만6000명 증가해 8년1개월만에 가장 큰 폭 늘었다. 고용률은 리먼사태 직전인 60% 수준을 회복했다.

김중수 총재가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언급했던 민간부문의 자생력 회복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연해지고 있는 것. 금통위도 지난달 통화정책방향에서 "국내 경기는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경기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 물가불안 가능성 점증.."금리인상, 시기의 문제일뿐"

무엇보다 물가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사상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묶어두고 있는 한은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7%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생산자물가는 16개월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앞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돈의 흐름도 인상적이다. 지난 2008년말 금융위기 직후 한은이 시중에 돈을 풀면서 본원통화와 협의통화(M1) 증가율이 큰폭 상승한데 이어 지금은 광의통화(M2)와 금융기관 유동성(Lf) 증가율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Lf 증가율은 9.0%로 한은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직전인 지난 1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금융권만 맴돌며 단기화되던 자금이 서서히 실물부문으로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은도 하반기부터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달 "올해 하반기 성장률은 잠재수준을 웃돌 것"이라며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상승 압력이 본격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금통위원들은 통화정책방향에서 그간 사용해오던 "당분간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문구에서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삭제해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줬다. 금융시장은 이를 두고 "한은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시기의 문제일 뿐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인 것이다.

◇ `남유럽 변수 또 나오나`..순차적 출구전략 가능성

따라서 이날 금통위가 금리인상과 관련해 어떤 신호를 보낼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일단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 만큼 당장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인상시기가 얼마 앞으로 다가왔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단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금통위의 시각이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그 근거로 남유럽 재정위기 등 해외불안요인을 들었다. 이번엔 그리스와 스페인에 이어 헝가리의 국가부도설까지 흘러나온 상황이라 해외불안요인이 더 강조될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예상보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가능성도 다분하다.

한은은 어제 "남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순 있겠으나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만 올해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회복세가 하반기에는 다소 주춤할 수 있고, 갑자기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경우 경제주체들이 받게될 충격을 감안해 한은이 총액대출한도를 먼저 줄인 뒤 금리를 인상하는 순차적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 경우 올해 상반기 금리인상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총액대출한도 축소 안건은 이달 하순 열리는 금통위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 이데일리ON, 문자로 시세,추천,진단,상담정보 - #2200▶ 이데일리 모바일 - 실시간 해외지수/SMS <3993+show/nate/ez-i> ▶ 가장 빠른 글로벌 경제뉴스ㆍ금융정보 터미널, 이데일리 MARKETPOINT<ⓒ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안방에서 만나는 가장 빠른 경제뉴스ㆍ돈이 되는 재테크정보 - 이데일리TV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