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日 잃어버린 10년' 전철 밟나

서의동 기자 입력 2010. 3. 18. 18:32 수정 2010. 3. 1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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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양극화 '닮은꼴'부동산 등 자산거품도 비슷.."개발 위주 시스템 탈피해야"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센터 부소장인 모모모토 가즈히로(47)는 1997년 도쿄 신주쿠에서 72.6㎡(20평형)짜리 집을 4300만엔에 장만했다. 1990년 거품 붕괴 뒤 7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집값은 그 이후도 추락해 현재는 3000만엔에도 못미친다. 시쳇말로 '바닥 밑에 지하실'이었다. 모모모토 부소장은 "요즘 한국을 보면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위기 발생 1년6개월이 지난 현재 일본 경제는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사태와 일본항공(JAL)의 법정관리 등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한국과 일본은 전혀 다른 길을 걸을 것인가. 전문가들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되레 지난 수십년간 일본식 경제시스템을 뒤따라온 '한국의 앞날'은 '현재의 일본'과 흡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더 많다.

18일 한·일 경제전문가들은 양국 경제의 공통 과제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훼손, 소득격차 확대, 부채 급증 등을 꼽았다. 생산인구의 감소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최대 난제이다. 일본은 95년 이후 생산가능연령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2005년부터는 총인구까지 줄고 있다. 한국도 81년 2.57명이던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1.15명으로 급감했다. 모모모토 부소장은 "일본은 소득과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정체사회여서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며 "한국도 인구가 줄어들면서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워킹푸어'가 확산되는 등 격차사회 가속화도 닮은꼴이다. 일본은 거품붕괴 뒤 인적투자와 사회보장 부문을 확충하는 대신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재정적자를 키웠다. 4대강 개발 등 이명박 정부의 개발정책과 흡사하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커다란 후유증을 겪었던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도 부동산 거품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의 가계부채는 734조원, 가구당 4337만원에 달한다. 집값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시스템을 사람과 지식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개발 위주의 경제시스템에서 빠르게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경제성숙화에 맞게 과거의 따라잡기식 경제시스템을 복지 경제시스템으로 개혁하지 못했던 것이 경제쇠퇴의 원인"이라며 "우리도 개발 위주의 경제시스템에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의동 기자 phil21@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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