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구조조정 파열음..협력업체 "죽을 맛"

송창헌 2010. 2. 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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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고래 싸움에 힘 없는 협력업체들만 하나둘 쓰러져 가고 있습니다" "대책은 무슨 대책이요? 그저 채권단의 '입'만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금호타이어의 인력 구조조정을 놓고 채권단과 노조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200여개 협력업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미 채무불이행, 즉 신용불량 상태에 빠진 업체만도 20여곳에 이를 정도다.

10일 금호타이어 노사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전날 회의를 열고 금호타이어에 대해 신규 자금 1000억 원을 지원하는 한편 3000만 달러 규모의 신용장(L/C) 한도를 새로 개설키로 했다.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13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 동의서없이는 자금지원도 없다"는 전제조건이 내걸리면서 노조측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지회는 이날 광주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 구조조정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채권단과 경영진의 요구 일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성명서를 통해 ▲부실경영 책임을 조합원에게 전가하는 정리해고 철회 ▲금호 오너 일가의 즉각적 퇴진 ▲채권단의 조건없는 운영자금 투입 및 체불 임금 지급 ▲독립 및 지회 경영 참여 요구 ▲노조 말살 정책 중단 등을 요구했다.

채권단의 백기투항 요구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셈이다.채권단과 노조가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200여 협력업체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이 불확실한 금호 미래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시계(視界) 제로"라는 말로 암담한 상황을 대변했다.

금호타이어 협력업체협의회 한 관계자는 "1, 2, 3차 협력업체 대부분 최소 수억 원, 납품업체 경우는 많게는 수십억 원의 대금이 미지급된 상태로 쌓여 있다"며 "직원 임금 등 설자금도 은행 대출을 받아 가까스로 메꾸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S사 대표 이모씨도 "돌아온 어음까지 합하면 꼬박 5개월째 대금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며 "채권단과 노사가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협력사들은 하루하루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라며 긴박한 현장 상황을 전했다.

D업체 사장도 "본사에 직·간접적으로 협력업체 지원을 요구했지만 '그룹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데 그런 일까지 신경쓸 틈이 없다'는 냉소적인 답변만 들었다"며 "협력업체로서는 그저 채권단의 입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밝혔다.

벼랑 끝에 놓인 협력업체들은 연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청와대와 유관기관 등에 호소문을 보내는 등 발등의 불 끄기에 여념없지만 그룹 전체를 휩쓴 격랑이 워낙 거세다 보니 매번 '메아리없는 외침'에 그치고 있다.

이런 사이 채무불이행으로 사실상 그로기 상태에 놓인 협력업체만도 20여곳에 달하고,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협력업체들은 그 어느 해보다 추운 설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협력사 지원은 인력 감축과는 별개"라며 "채권단이 생산직 371명 해고와 1006명 도급화를 골자로 한 구조조정안을 볼모로 자금 지원을 미루는 것은 결국 협력업체에는 사약과도 같은 것인만큼 협력사 지원은 화급히 이뤄져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전날 국회 대정부 질의에 참석해 "적어도 협력업체 부분에 대해서는 (자금지원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해 정부 차원의 '협력사 구하기'가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1960년 설립돼 현재 고용 인원은 2700여명, 매출액은 8000억 원대로, 협력업체 수는 270여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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