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100일' 편법만 무성했다

2009. 10. 10.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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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직장인 김모(36)씨는 앞으로 문제삼지 않을 테니 현재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유지시켜 달라며 회사에 각서까지 썼다. 그런데도 회사는 지난 8월 말 김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주장. 하지만 김씨는 회사보다도 대책 하나 없이 비정규직의 고통에 팔짱만 끼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 더 밉다.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의무전환하는 내용의 비정규직법이 지난 7월1일 발효된지 9일로 100일이 지났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수수방관 속에 노동시장에는 편법이 난무하고 근로자들의 고통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112개 대학 시간강사 무더기 계약해지

특히 대학 시간강사의 대량해고 문제는 갈수록 복잡하게 꼬이는 대표적인 사례.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전국 112개 대학에서 석사학위 시간강사 1219명이 계약해지됐다. 최근에는 행정조교들의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학업을 하면서 조교를 하는 경우 2년 이상 근무해도 되지만 비정규직법에서 행정조교는 제외된다. 행정조교 이모(28·여)씨는 "학업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은 계속 근무하고, 생계가 걸린 근로자는 내쫓기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기업에서는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채용 때부터 프로젝트 단위로 비정규직 계약을 맺고 있으며, 일부는 허위 결원이나 파견을 만들어 충원 형식으로 비정규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프로젝트를 위해 뽑은 경우, 휴직·파견자의 복귀 때까지 대체인력으로 고용하면 2년 이상 정규직 전환 의무에서 제외된다.

●개정안 통과 올해안에 힘들 듯

근무한 지 2년이 된 근로자를 계약해지한 후 다른 직군으로 채용한다든지 1년마다 근로계약서를 갱신하거나 근로계약서에 추후 계약해지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넣는 경우도 있다.

노동부의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1만 9760명 중 37%(7320명)가 계약해지 됐다. 앞으로 1년간 38만명이 계약해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100만 해고설'과 차이는 있지만 큰 규모로, 대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비정규직법 개정이나 비정규직 전환 지원금 지급 등의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비정규직법 2년 유예안이 폐지된 후 그간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한 틀로 거론됐던 정부와 여당의 태스크포스(TF)는 노동부의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말이나 돼야 비로소 가동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여야가 비정규직법 부칙으로 합의한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우선 지급하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법 개정 없이는 절대로 지원금은 집행할 수 없다며 실제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새 비정규직법의 틀을 만들 계획이지만 올해 안에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문제로 정치적 논의의 무게가 흘러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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