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투자전략] "강남 부자들 하반기 ○○○ 노린다"

2009. 7. 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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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원 가량의 개인자산을 갖고 있는 회사원 A씨(43)는 강남의 소형 평형 아파트를 긁어모으기 위해 부동산 8곳에 연락을 해둔 상태다. 그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 실효성을 잘 믿지 않는다.

A씨는 "지방 건설경기는 아직 침체상태인데, 건설이 살지 않으면 경제가 살지 않는다"며 "담보대출 총량규제니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상향한다는 말들이 많지만 결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나름의 분석을 가했다.

모 증권사에서 상품기획을 담당하는 B씨(40)는 하반기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회사채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회사채 펀드에 관심을 갖는 거액 자산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B씨는 "이 자산가는 공모주에 투자해서 재미를 봤다가 회사채로 옮겨오는 것이었다"며 "유동성 장세로 공모주 시장이 최근 인기가 많았지만 이제 그것도 서서히 저물어 간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자산가는 회사채를 만기까지 보유해 높은 금리를 얻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부자들이 하반기를 바삐 대비하고 있다. 펀드 및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 변화가 예고되고 있고, 경기변화에 따른 대비책도 필요하다. 여기에 너무 많이 가격이 오른 주식이나 원자재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도 깊어졌다. 증권사 PB 3명, 은행 PB 2명, 은행의 부동산 PB 2명의 인터뷰를 통해 부자들의 움직임을 엿봤다.

◆ 정책변수가 부자들을 움직인다

=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하반기에 끝난다는 점은 중요한 정부정책 변화 중 하나다. 부자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PB들은 전했다. 실제로 평균예탁금 규모가 20억원 이상인 하나은행 골드클럽 고객 C씨는 연초 이후 브릭스 및 중국펀드에 2억원을 투자해 50%가 넘는 만족스러운 수익을 남겼다. 그의 해외펀드와 국내펀드 비중은 6대4에 달할 정도로 해외비중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는 벌써 내년이 걱정이다. "매매차익이 4000만원이 넘어도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게 부담스럽다"며 "다행히 해외펀드 수익이 좋기 때문에 환매 후 국내펀드로 갈아타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홍승범 하나은행 골드클럽 센터장은 "하반기 이후 글로벌 증시 연동성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최근 고객들 사이에서는 기왕 글로벌 증시흐름이 유사하다면 비과세가 유지되는 국내펀드로 이동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부동산 쪽에서 나타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실효를 의심하는 부자들이 많다고 PB들은 전해왔다. 현재 LTV 규제는 투기지역에선 40%, 비투기지역에선 60% 이하로 묶여 있다. DTI 규제는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40% 이하를 적용하고 있다. 이것을 부동산 가격 급등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언급이었다. 지금은 강남 3구(송파 서초 강남)에서만 실시하고 있다. 부자들에게 심리적 위축은 되지만 이미 강남 3구는 규제가 이뤄지고 있어 위축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생각들을 갖고 있다고 PB들은 전했다. 정부가 대출총량을 규제한다면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집을 서둘러 사려는 부자들도 있을 수 있고, 설령 돈을 못 빌린다고 하더라도 부자들은 대출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부자들에게 정책 영향력이 큰 것은 종부세 완화 쪽이었다. 시가 15억원짜리 목동아파트를 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거액자산가 D씨는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부동산을 매도하려 했지만 지금은 다시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종부세가 완화되면서 현재 전세금 이자소득과 추가적인 사업소득으로 이자와 세금을 감당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증여세 개편이 보류되면서 증여세 완화를 기다리는 대기수요도 늘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는 "결혼을 앞둔 자녀, 취직 초년병 자녀인 28~30세에게 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미리 장만해 주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이 추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소형 평형 가격이 뛸 것이라고 보고 투자에 나선 부자들도 있었다. 거액자산가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한 자산을 갖고 있다는 E씨는 소형아파트 5채를 임대주택용으로 매입했다. 최소 5채를 갖고 있어야 임대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씨는 도시형 생활주택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중장기로 놓고 보면 개인사업자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PB들의 조언이다. 박합수 PB는 "강남에 너무 대형 평형만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에는 소형 평형이 부족하게 돼 오히려 소형 주택의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나 홀로 가구 등 실수요도 있으며 투자목적으로 소형 평형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 유동성 불안…확정적 수익 상품에 돈 몰린다

= 부자들을 만나본 PB들은 상반기에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끌어올린 유동성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 엇갈린 시각들을 보였다. 부자들도 헷갈리는 유동성 장세인 셈이다. 따라서 부자들은 조심스럽게 경기 변화를 내다보고 확정적 수익이 발생하는 상품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고금리에 목말라하는 투자자들 때문에 시중금리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이자를 지급하는 하이브리드채권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 최근 신한은행의 연 6.08%짜리 하이브리드채권(신종자본증권) 1, 2차 판매 때는 1조원의 자금이 한꺼번에 몰려 전량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상언 신한은행 PB팀장은 "주식으로 가자니 리스크가 부담스럽고 정기예금 수익률은 성에 안 차는 고액자산가들이 최근 대체 투자수단으로 하이브리드채권과 원금보존 추구형 주가연계증권(ELS)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류남현 삼성증권 지점장은 "박스형 장세에서는 수익을 많이 내기 어려운데 ELS는 보통 40~50%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이 나기 때문에 부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량주는 코스피 지수와 등락이 유사한 경우가 많은데 지수가 40% 이상 하락하려면 800대로 떨어져야 하는데 1000선 밑으로 하락한다고 보는 경향이 낮은 만큼 ELS가 유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소영 동양종합금융증권 강남역지점장도 "상반기에는 주식 투자를 직접 적극적으로 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나 최근에는 별다른 흐름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만기를 짧게 가져가면서 증시의 방향을 확인해 가면서 투자하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시장 유동성의 핵심인 정부의 금리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연 5% 이상 정기예금 금리를 받다가 올해 3%대로 추락한 게 영 마땅치 않다는 반응이다. 아무리 정기예금을 소폭 웃도는 보수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잡는 강남자산가라도 '제로금리'에 가까운 금리에 꿈틀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3개월 단위로 짧게 끊어가는 정기예금이다.

신한은행 압구정 PB센터 고객인 자산가 C씨는 지난해 연 5.5%짜리 정기예금 만기로 찾은 12억원을 3개월 단위 중도해지가 가능한 정기예금으로 갈아탔다. 연금리는 2.2% 후반대로 대폭 낮아졌지만 금리 상승기를 대비해 필요한 때 기동성 있게 자금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며 오히려 안심이라는 반응이다. 1년 이상 자금을 길게 묶어 놓는 데 비해 회전 주기마다 바뀐 금리가 적용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기준금리가 바닥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인하보다는 상승 가능성에 베팅하고 싶다"면서 "당장 금리를 낮게 받더라도 금리 상승기에 재빨리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회전식 정기예금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부자들 중에는 유동성이 더 지속될 것이란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소아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지 모씨(39)는 "1분기, 2분기에도 기업 실적이 안 좋다는 말을 하면서 주가지수가 어렵다는 말들을 많이 했었다"며 "하지만 결국 유동성의 힘이 주가를 올렸기 때문에 3, 4분기 주가는 계속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생기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고, 그 이후에는 건설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면서 대부분의 자산이 긍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단기 급등한 상품에서는 서서히 발을 뺀다

강남에 거주하는 자산가 F씨는 지난 4월 최근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원유(WTI) 펀드에 선뜻 1억원을 투자했다가 큰 재미를 봤다. 5월 이후 유가가 70달러선까지 폭등하며 두 달 새 수익률도 15%를 가뿐히 넘겼다. 하지만 추가투자 유혹은 단호히 거절했다. 그는 "연말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 "원자재 섹터는 포트폴리오 분산차원에서만 생각하기로 하고 과도한 욕심은 버렸다"고 말했다.

일선 은행 PB들은 "자산가들이 상반기 증시 급등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본 상태기 때문에 오히려 추가적인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단적으로 연내 달러값 약세로 인한 원자재가격 상승 전망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원자재 투자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연초에 비해 뜸해진 모습이다. 실수요 회복보다는 기대감으로 인한 투기적 상승 국면이 연출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류남현 삼성증권 지점장은 "원자재 중에서 유가, 곡물, 비철금속 등 대부분이 올해 많이 올랐는데 천연가스만 상대적으로 안 올랐다"며 "천연가스 관련 펀드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채권 역시 그 투자규모를 줄이는 움직임이 관찰됐다. 특히 금리가 인상되는 경향을 보고 국공채에서 발을 빼는 부자들도 있었다. 한국투자증권 한경준 여의도PB센터장은 "현재 고객들이 채권(국공채)을 매도하는 경향이 크다"며 "전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시점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향후 금리가 상향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 시점에서 채권 투자는 수익성 전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류남현 지점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는 상반기 금리 인하로 수익을 거뒀을 것이며, 최근에는 채권 비중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소영 동양종금증권 강남역지점장은 "하반기에는 채권 비중을 줄이기보다는 국채 비중을 낮추고 신용도가 우수한 채권으로 갈아타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부자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을 대체할 만한 오피스, 토지 쪽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주택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조정을 받았지만 수익성 부동산 시장은 가격 조정을 덜 받았기 때문에 그만큼 맷집이 좋아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수익성 부동산은 정부 규제도 덜하다. 그러나 오피스는 위치 선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강남 쪽은 가격이 높은 편이다.

[신현규 기자 / 김정환 기자 / 서유진 기자 /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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