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자유무역 '휘청'] '경제 국수주의' 확산.. 한국 수출 '빨간불'

2009. 2. 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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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자국 산업과 국민들의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경제 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1930년 미국의 대공황과 전 세계적인 불황을 야기했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당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2만여개 수입 상품에 대한 관세를 평균 20% 올렸지만 교역국들의 보복관세 조치로 전 세계가 불황에 빠져든 바 있다.

◇보호무역주의로 수출환경 급속 변화=코트라는 15일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수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선 수입품목 관세를 13%로 인상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선 TV 기능이 내장된 휴대전화를 가전제품으로 분류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휴대전화엔 WTO 정보통신협정에 따라 관세를 부과할 수 없지만 가전제품엔 13.9%의 관세가 붙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에선 수입허가제 등 비관세 장벽을 선호하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긴급 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 발동도 잦다.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 조항 등 자국산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다자간 협상 축소 추세=다자간 협상을 기본으로 하는 WTO 체제가 실효성을 잃어가는 것은 다자간 협상 중심에서 지역적 특혜무역 중심 협상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무역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는 물론 과거 다자간 협상에 적극적이었던 미국과 EU 등 경제대국도 개별국간 FTA 체결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합의 도출이 어려운 다자간 협상에 매달리기보다 FTA를 통해 실제 필요한 것들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경우에도 쉬운 건 다 했지만 합의하기 어려운 분야들만 남아있다"며 "특히 농업 문제는 각국의 정치 상황과 연결돼 있어 여러 나라가 한자리에 모여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FTA 체결국과의 교역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한가지 이유다. 명진호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FTA 체결에 적극적인 칠레와 싱가포르의 경우 전체 교역에서 FTA 체결국과의 교역 비중이 2009년 각각 86.3%와 72.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별국간 FTA 체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세계경제가 보호주의 경쟁으로 치달으면 맨 먼저 피해를 보는 국가는 한국 등 수출주도형 국가들이다. 전문가들은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는 의제를 적극적으로 천명하는 한편 FTA 체결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진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우리도 보호무역주의로 가면 공멸인 만큼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 국제회의를 잘 활용하는 등 영리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높아진 보호장벽을 역이용할 수 있도록 기업은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고, 정부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국가들도 모든 나라에 적용하는 게 아니라 예외를 두는 경우가 있으니 양자간 통상관계를 잘 이끌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의장국을 맡게 되어 있는 G20에서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단기적으로 보면 산업 중요성이 있는 교역 상대국과 FTA 협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만 결국 모든 나라가 이런 식으로 가면 무역전쟁이 촉발될 우려도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볼 땐 국제적으로 비슷한 교역조건을 갖는 게 수출경쟁력이 있는 우리로선 유리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 등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자유무역 기조를 확산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승훈 김원철 김도훈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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