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연쇄 부도' 소용돌이 빠지나

2009. 2. 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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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재정이 비교적 튼튼했던 중견업체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배 1척을 가지고 해운사 3∼4곳이 돌려쓰는 이른바 '용선(傭船) 체인'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선주에게 배를 빌린 뒤 수수료를 떼고 2차, 3차로 다시 배를 빌려주는 이 체인에는 해외 업체들도 얽히고 설켜 있다.

한국선주협회에 9일까지 등록된 해운업체는 모두 164개. 이중 50% 이상이 1∼2척만의 배를 가지고 있는 영세 해운업체다. 이들은 국내·외 대형 선사로부터 소유 선박의 몇 배에 가까운 배를 빌려 영업을 한다. 업황이 좋으면 상관없지만 지난해 말 금융위기와 원자재값 급등 여파로 시장이 얼어붙자 문제가 터졌다. 당장 중국 철강업체 등이 무더기로 계약을 파기했다. 용선료를 지불하지 못하는 말단 업체가 급증했다. 선주들이 2차 업체에 소송을 내면 말단업체까지 줄줄이 소송이 이어졌다.

2007년 해운수입 기준으로 국내 7위인 삼선로직스가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형 벌크선사인 스위스 아르마다의 싱가포르 법인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4000만달러 이상의 용선료를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 업황이 저점으로 치닫는데도 무리하게 선박 2척을 사들인 것도 자금난 악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외 업체들이 얽히고 설킨 '용선 체인'의 부작용에 경영 판단 실수가 겹치면서 견실한 기업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삼선로직스 외에도 국내 업체들이 해외 선사들로부터 받지 못한 용선료가 2억달러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업계는 상위 3∼4곳 회사를 제외하고는 안전한 기업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아르마다 싱가포르 법인 사태에는 전 세계 50여개 업체가 연관돼 있을 정도로 용선 체인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재무체질이 허약해 용선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유 선박과 용선 비중이 3대 7이 이상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운임선물거래(FFA)도 복병으로 꼽힌다. FFA거래는 장래 업황을 바탕으로 변동리스크를 헤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문제는 2005년부터 이어진 호황에 투기 성향이 매우 강해지면서 대규모 투자를 한 기업이 많아진 점이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계약 파기 사례가 잇따르면서 초대형 손실을 보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에 대한 구조조정도 필요하겠지만 국내·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책이 선행돼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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