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도 양극화.. 청년들, 좋은 일자리로 가는 사다리가 끊어졌다

김태근 기자 2012. 1. 2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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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턴 일을 하는 지방대 대학원생 이성민(가명ㆍ29)씨는 업무시간 틈틈이 인터넷 기사를 보고 '악플(악성 댓글)'을 다는 일이 잦다. 대부분 정치권에 불만을 쏟아내는 내용이다.

그는 "인턴 일이 끝나도 대기업 취업은 어렵고, 주위에선 중소기업을 알아보라는데 10년 가까이 공부한 게 아깝다. 악플이라도 달아야 기분이 좀 풀린다"고 했다. 그는 "명절 때 친척들에게 명함이라도 내밀 만한 자리를 언제나 잡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왜 이런 상황이 나타날까? 본지가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일자리 상황을 분석한 결과, 원인은 '일자리 양극화'였다. 지난 10년간 상위와 하위 일자리는 많이 늘어난 반면, 중간 일자리는 속도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리본형' 일자리 시장에 분노하는 청년층

본지와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일자리의 구조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피기 위해 전체 일자리를 171개 직종으로 분류하고 시간당 평균 임금(2001년 기준) 수준에 따라 다섯 등급(상위·중상·중간·중하·하위)으로 나눴다.

예를 들어 통신업종의 사무직 종사자 평균 임금은 상위 20%에 해당돼 다섯 등급 중 가장 높은 '상위', 제조업 기능직은 하위 20~40%에 해당돼 '중하' 수준의 일자리로 분류했다.

이 기준으로 2001년과 2011년 일자리 현황을 비교했더니 10년 전에 비해 상위와 하위 취업자수(일자리)는 각각 101만1000개(37.5%), 105만3000개 (37.6%) 급증했다. 중상도 94만7000개(37.4%) 급증했다.

반면 중하 일자리와 중간 일자리는 각각 32만5000개(11.7%)와 60만5000개(2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임금 수준이 좋거나 나쁜 양 극단의 일자리만 늘어나는 '리본형' 구조로 국내 고용시장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다른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도 일자리 양극화 추세를 뚜렷이 보여줬다. 2001~2011년 전체 임금 소득자 중 중간 임금 소득자(중위 소득의 66~133%) 비중은 43.5%에서 35.4%로 줄어든 반면, 임금이 그에 못미치는 하위 임금 소득자는 23.2%에서 26.7%로, 임금이 그보다 높은 상위 임금 소득자는 33.3%에서 37.9%로 각각 늘어났다.

문제는 새로 창출되는 상위 일자리는 기존에 직장을 갖고 있던 경력직이나 소수 청년층의 몫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청년층이 중간 일자리를 노리지만, 그런 일자리는 많지 않아 결국 하위 일자리에 취업하고 만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사회의 상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일자리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호텔조리학을 전공한 김이성(29)씨는 "대형 호텔의 주방일을 원했지만, 2년간 일자리를 못 구해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에서 주방 보조를 하고 있다"면서 "일자리 상황이 좋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화가 치민다"고 했다.

◇'워킹푸어' 양산

일자리 양극화는 결국 소득과 사회 양극화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2001년 이후 우리나라는 고소득층과 빈곤층이 모두 늘고, 중산층은 갈수록 줄고 있는데 그 근본 원인이 일자리 양극화에 있다는 게 현대연의 분석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간 일자리 비중이 감소하면서 중산층 비중이 줄어들고, 근로자가 일을 통해 경제적인 지위를 높이는 일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중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71.7%에서 67.5%로 줄고, 빈곤층 비중은 19%에서 20%로 증가했다.

정부가 전체 수치만 보고 "고용 상황이 좋아졌다"고 주장하기보다, 일자리의 질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일하면서도 자신의 소득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심지어 일하면서 가난한 근로 빈곤(워킹푸어)은 심각한 문제다.

정치권에서 '일하는 복지'를 외치지만 '일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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