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동반성장 약속 얼마나 지켰나

김지연 2011. 10. 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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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진전" 중소기업 "미흡" 인식차

적합업종 선정실효에 의문도..험로예상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지난 1년여 간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각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협약을 맺거나 지원책을 발표하는 등 산업계 전반에 동반성장 바람이 불었다.

상당수 대기업은 '상생 펀드'를 늘려 협력업체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연구개발(R&D)과 그밖의 경쟁력 강화 지원에 나서면서 동반성장에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이 시행하는 방안은 납품단가 현실화, 문어발식 사업확장 자제 등의 핵심적인 측면에서 미흡해 한층 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상생펀드 늘리고 경쟁력 강화 지원" = 각 대기업이 대표적으로 자랑하는 점은 '상생펀드' 조성 등을 통해 협력업체에 자금 지원을 늘렸다는 것이다.

SK는 그룹 계열사와 금융기관의 매칭펀드인 'SK동반성장펀드'를 지난 6월 800억원 추가해 2천300억원으로 키웠고, 롯데그룹은 1천500억원 크기였던 동반성장 펀드를 올해 6월 2천690억원으로 증액했다.

특히 2차, 3차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도 늘었다고 기업들은 자평한다.

삼성전자는 기업은행과 공동으로 협력사 상생펀드를 조성했는데 9월 현재 펀드 대출 실적은 총 4천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차 협력사의 대출이 43%를 차지했다.

또 기술력과 품질, 공급능력을 갖춘 2차 협력사에 대해서는 사업부별 심사를 거쳐 1차 협력사로 전환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그 결과 30개 업체가 1차 업체로 바뀌었다.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3개사는 지난 2월 설을 앞두고 납품업체들에 8천500억원 자금을 지급했고 추석을 앞두고는 1조1천500억원을 풀었다.

또 1차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 혜택이 2, 3차 업체에 돌아가는지 점검했고, 실제로 1차 업체들은 3천여 개 이상의 2차 협력사에 6천억 이상의 납품대금을 조기에 지급했다.

중소기업계가 끊임없이 요구해온 현금결제 확대 면에서도 노력의 흔적이 발견됐다.

LG전자와 화학 등 6개 계열사가 협력사에 대한 100% 현금결제를 실시해 현재까지 6조원 가량을 현금으로 지급했으며, 삼성물산도 47%에 불과했던 현금지급비율을 100%로 올렸다.

기술개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도 지원방안도 적지않다.

포스코는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중소 협력사에, 함께한 기술개발 성과를 나눠주는 '성과공유제 보상금'을 169억원 지급함으로써 지난해 한 해 전체 집행된 169억원을 이미 돌파했다.

대한항공은 20여 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항공우주사업과 관련한 기술 지도를 연중 실시하고,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협력사들과 '기술자료 임치계약'을 체결해 협력사들이 어렵게 개발한 핵심 기술들의 유출과 침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LG그룹은 중소기업 17곳과 그린 신사업 분야에서 공동 R&D를 시작했다. 올해부터 5년간 1천억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롯데마트는 협력사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올 7월부터 중국, 동남아 등지의 해외 매장에 우수 업체 제품을 단계적으로 입점시키고 있다.

◇"중소기업계 '큰 변화 못느껴'" =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에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면서도 아직 큰 변화를 느끼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대기업 협력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사회의 동반성장 인식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업체는 30.8%에 불과했다.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60.4%에 달했고, '오히려 악화했다'는 답변도 8.8%를 차지했다.

특히 동반성장에 대한 대기업의 실천의지를 평가해 달라는 항목에서는 '강하다'는 응답이 7.4%에 머물러 '약하다'(39.8%)는 답변에 크게 못미쳤다.

중소기업계의 가장 대표적인 요구인 '납품단가 현실화'와 관련해 1년 전에 비해 '개선됐다'(11.8%)는 응답은 '악화됐다'(18.4%)는 응답보다 적었다.

건설업계에서도 중·대형사에서 일감을 받는 하도급 업체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법·불공정 거래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전문건설협회(KOSCA)가 조사한 '8월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월 대비 자금 사정이 비슷하거나 악화했다는 답변이 86%로 대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악화 요인으로 '대금 지급 지연'을 꼽은 곳이 19%에서 25%로 되레 늘었다.

또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응답자는 75%에서 59%로 감소한 반면 원도급자에게 어음 할인료나 지연 이자를 받지 못한 사례는 41%에서 49%로 증가해 대형사·협력사간 '상생 온도차'가 심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23일 "대기업들이 다양한 정책을 펴고는 있지만, 실제로 중소기업에 절박한 문제인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대해서는 뚜렷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끈질긴 압박에도 백화점업계가 중소 납품업체에 매기는 판매수수료율을 적극적으로 인하하지 않고 있는 것도 또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막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증진을 유도하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선정도 선정 작업의 진통뿐 아니라 선정 결과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의문을 유발하면서 동반성장으로 향하는 길이 험로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있다.

중기중앙회 유광수 동반성장실장은 "적합업종 선정 초기 대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비협조와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동반성장이 생색내기식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대기업들의 획기적인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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