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17조 푼다지만..中企 현장은 '겨울'

시화 2011. 8. 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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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정오 무렵,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은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한적한 모습이었다. 휴가철도 지나고 추석을 앞두고 한창 공장이 돌아갈 때였지만,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공단 모퉁이에 자리잡은 식당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화공단에서 15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식당 주인은 "공단 사정이 좋았던 적이 언제 있었겠냐만은 요즘은 점심도 식당에서는 안 먹는다. 다들 도시락을 싸와서 점심 값이라도 아끼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추석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금융위기 때처럼 공장이 멈춘 것도 아니다. 공장은 풀가동 되고 있는데 주머니에 돈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3차 협력사 사장은 "작년보다 자동차 경기는 살아났는데 오히려 추석 상여금은 줄였다"며 "현대차는 올해도 임금을 엄청 높여줬지만 우리는 몇 년째 임금을 동결하고 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휴대폰용 전자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S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 회사 관계자는 "PCB 시장이 최대 호황이어서 공장을 쉬지 않고 돌리고 있다"면서도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면서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장은 돌아가는데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는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내수시장 부진 등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구리는 1년 사이 가격이 30% 가까이 올랐고, 철강과 화학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 가격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것도 중소기업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도 투자자들이 살 생각이 없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내수시장 부진이 중소기업 자금난의 가장 중요한 이유지만, 금융권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는 경향도 크다"며 "중소기업 중에서도 사정이 좋은 곳에만 대출이 몰리는 등 양극화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최근 금융권은 17조원에 달하는 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17조원은 커녕 1700만원이라도 대출해줬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시화공단에 입주한 지 5년째 됐다는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직원들 월급 등 운영자금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공장을 확충하고 시설을 늘려야 되는데 은행들이 시설자금 대출을 꺼리고 있다"면서 "추가 담보를 계속 요구하는데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학약품을 생산하는 W사 관계자는 "기보와 신보와 10년째 거래하고 있는데 거래 기간이 길어지자 대출 연장 한도를 줄이고 추가로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불통을 터뜨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65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석자금 수요를 조사한 결과, 44%의 중소기업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상여금 등 추석에 필요한 자금 확보율은 70.7%로 작년보다 7.8%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중소기업의 5.1%는 금융권에서 자금 확보가 어려워 사채를 통해 추석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자금을 융통해야 할 만큼 상황이 어려운 것이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불법인 줄 알면서도 회계장부를 흑자로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차피 회사가 부도나서 잡혀가나 회계장부를 조작하다 잡혀가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중소기업이 흔들리면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추석에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중소기업은 64%로 작년보다 3.7%포인트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65.6%)보다 낮은 수준이다. 건설자재 제조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박 모씨는 "회사가 계속되는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워지면서 명절 상여금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이라며 "올해 추석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집에 머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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