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시달리는 보금자리주택

서미숙 2011. 8. 3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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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요구 못이겨 과천 보금자리 절반 축소

LH 자금난ㆍ주민 반대로 곳곳 사업 차질..앞길 '캄캄'

위례신도시 국방부 협의 난항..9월 분양도 물건너 가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으로 이미 곳곳에서 보상ㆍ착공이 지연되며 공급목표 달성이 어렵게 된 가운데 밖에서는 최근 지자체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계획을 변경하거나 지구지정이 늦어지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LHㆍ지자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갈수록 거세지는 지자체ㆍ주민 반대로 인해 사업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LH자금난에 지자체ㆍ주민 반대까지 '발목' = 국토해양부는 지난 30일 과천 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공급물량을 당초 9천600여가구에서 4천800여가구로 50% 줄이자는 과천시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보금자리주택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장 주민소환까지 추진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되자 정부가 결국 '백기(白旗)'를 든 셈이다.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지구 가운데 지자체ㆍ주민의 반대로 공급계획을 대폭 축소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지자체나 주민들의 반대로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됐다는 점에서 현재 답보상태에 있거나 신규로 추진할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같은 5차 지구인 강동구 고덕지구와 강일3ㆍ4지구의 경우 강동구와 주민들의 반대로 지구지정 공람공고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지구 인근 재건축 아파트는 임대아파트 의무 건립 비율을 50% 줄여주기로 하고, 사업개발 이익으로 지하철 5호선을 연장하는 등의 교통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있어 주민 반대가 잦아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구지정 일정은 2~3개월 가량 늦어졌다.

4차 지구인 하남 감북보금자리주택지구는 현재 소송에 휘말려 있다. 주민들이 지구지정에 반대하며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에 보금자리주택사업 지구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1~3차 지구도 LH의 자금난 등을 이유로 사업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3차 지구인 광명 시흥지구는 LH의 자금난으로 사업추진이 중단돼 있고, 하남 미사지구와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인 시흥 은계ㆍ부천 옥길 등도 보상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며 본청약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당초 일정보다 최소 5~6개월씩 지연되고 있다"며 "일부 지구는 입주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 차질은 신도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위례신도시의 보금자리주택은 국방부와 LH, 국토부가 군부대 보상 방식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본청약 일정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당초 6월에 시작해야 했던 1천48가구에 대한 본청약은 이미 9월은 물론 10월 분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당장 보상평가에 들어간다고 해도 입주자 모집공고까지 한달 반~두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상 협의가 빨리 마무리 된다해도 10월 하순은 돼야 모집공고를 내고 청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사업 추진 '난항' 우려 = 이처럼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면서 앞으로 사업 추진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지구지정부터 보상비, 공급 계획물량 등을 놓고 지역 주민들과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과천의 물량 축소로 인해 미사ㆍ감일ㆍ감북지구 등 3개 지구가 집중돼 있는 하남시로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된다.

하남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과천의 물량이 축소된 이상 하남도 지구지정 취소나 물량 축소 등의 요구가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특히 미사지구의 낮은 보상가에 실망한 다른 지구 주민들이 보상비를 더 받기 위해서라도 사업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과천 보금자리지구는 지역현안사업을 보금자리주택사업으로 전환한 특수성이 있고, 두 사업의 공생을 위해 물량 축소가 불가피했다"며 "다른 보금자리지구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그린벨트 사업부지 확보가 어려워지자 지역현안사업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를 과천시만의 문제로 축소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이러한 분위기는 연내 후보지를 발표할 6차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차질이 계속되면서 내년 말까지 수도권 그린벨트에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짓기로 했던 공급 목표 달성도 이미 물건너갔다.

정부는 올해 그린벨트 지구에서 사업승인 가능 물량을 4만1천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그린벨트에서 사업승인을 받은 물량이 9만5천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물량을 더해도 13만6천가구에 그친다. 내년까지 18만4천가구의 사업승인을 추가로 얻어 목표치인 32만가구를 채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사업승인을 받지 못한 물량은 2013년 이후로 넘긴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LH의 자금난과 함께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지역 이기주의와 '님비(Nimby)현상'이 서민주택 공급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금자리주택=집값 하락'이라는 인식 때문에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대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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