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딸 결혼축의금 1000만원, 와인 상납에 수천만원..

제주=신은진 기자 momof@chosun.com 2011. 6. 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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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그룹 총수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연일 기업의 부정과 비리 심각성을 비판하자 "민간 영역, 특히 기업 비리가 도대체 어느 정도이기에…"라며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9일 제주도에서 열린 중소기업 사장들의 모임에선 그 실태의 일부가 드러났다.

◆"대기업 납품 비리 아직도 여전하다"

이날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 600여명의 중소기업 사장들이 참석한 '제주 리더스 포럼'에서는 전날 발표된 삼성테크윈 감사가 단연 화제였다. 참석자들은 포럼 중간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삼성은 그래도 깨끗한 곳인데, 이 정도라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사장들은 "골프 접대, 향응이 거론되지만 실제 대기업과의 거래를 하다 보면 그보다 훨씬 심각한 비리가 횡행한다"고 말했다.

삼성·LG·현대차에 모두 납품한다는 한 중소업체 사장은 "대기업들이 요구할 때까지 (상납하는 걸) 기다리면 사업을 접어야지…"라고 했다. 그는 "룸살롱 가서 술 사고 골프 치면서 돈을 잃어주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경북에서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거래하는 대기업 임원이 와인을 좋아해서 덕분(?)에 나도 와인 공부 많이 했다"며 "와인 뒷바라지하느라 수천만원이 깨졌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제조업체 사장도 "거래 대기업 임원의 자녀 결혼식은 대목이다. 축의금으로 1000만원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의금이나 화환을 그쪽에서 요구하는 경우보다는 보통 우리가 알아서 한다"며 "그 정도 눈치 없이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고 했다.

◆접대 위해 모델 동원해 골프 하며 1000만원 깨져

법인카드를 제공하거나 차명계좌를 이용한 리베이트 등 대기업에서 금품을 요구하는 방식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온 한 중소업체 사장은 "거래 기업 임원에게 우리 회사 카드를 주면서 '편하게 쓰시라'라고 했더니 한 달에 1000만원 넘게 결제가 됐더라"고 했다. 한 부품회사 사장은 "주변에서는 대기업에 납품한 금액의 5%를 리베이트로 그 회사 임원에게 통장으로 넣어준다고 들었다"며 "물론 통장 이름은 그 임원 명의가 아니라 전혀 엉뚱한 사람이어서 무슨 관계인지 궁금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충북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대기업 임원이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야 한다고 해서 다른 납품업체 사장들과 함께 돈을 걷어서 여름 휴가비를 준 적도 있다"며 "호텔에서 하는 자신의 집안 행사에 불러서 밥값만 200만원 가까이 계산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울산에서 온 한 업체 사장은 "모 대기업 임원은 '지분을 주면 물량을 몰아주겠다'며 협력업체 지분을 상당히 챙겼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한 광고업체 사장은 "광고주 기업의 오너가 '광고를 줄 테니 광고비의 5%를 현금 리베이트로 달라'고 요구하더라"고 했다. 골프 라운딩에 모델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건설회사와 거래하는 한 사장은 "여자를 좋아하는 중대형 건설사 임원과 골프를 치는데 모델 두 명을 불러서 함께 쳤다"며 "이날 하루 비용으로만 1000만원 가까이 깨졌다"고 말했다. 한 레미콘업계 대표는 "계약서를 작성한 뒤 한 2주쯤 지나면 납품 단가를 5%쯤 깎은 또 다른 세금영수증을 써오라면서 납품대금을 깎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 납품업체 사장들이 고발한 내용은 스스로 '기업 비리의 공범'임을 실토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익을 얻기 위해 거래 대기업 간부를 금품을 주고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기업 비리는 결국 거래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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