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업체 울리는 백화점 수수료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2011. 6. 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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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백화점에 입점한 잡화 브랜드 대표 A씨는 얼마 전 모 백화점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제품 가격을 낮추라"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백화점 수수료라도 낮춰주면서 제품가격도 내려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10년 전만 해도 백화점 수수료가 20%대였는데 매년 1~2%씩 올라 지금은 35~40% 가까이 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대형 백화점이 입점업체에 받는 매출액의 30~40%에 이르는 고율의 판매 수수료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판매수수료 실태를 조사하기로 한 데 이어, 중소기업중앙회도 중소입점업체들의 판매수수료 문제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백화점 판매수수료 5% 이상 내려라"

김익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원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화점 판매수수료율 적절화 방안' 토론회에서 판매수수료 실태를 공개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백화점 입점 중소업체 103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의 30~40%를 판매 수수료로 내는 입점업체들이 전체의 63.8%에 달했다.

유통학회 조사에 따르면 백화점 전체 평균 수수료는 26~28% 수준. 30~40%는 고율의 수수료인 셈이다. 입점업체들로부터 30%대의 판매수수료를 받는 백화점으로는 롯데가 82.6%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갤러리아(66.2%)·신세계(62.3%)·현대(61.1%) 순으로 나타났다.

입점업체들은 수수료뿐만 아니라 각종 특가(特價)행사 강요나 전단 제작 비용 떠넘기기, 온라인 수수료도 큰 고통이라고 하소연한다.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는 이유 하나로 백화점 온라인몰 판매 제품에 대해서도 35~37%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온라인의 경우 매장 관리 같은 게 필요 없는데 왜 이렇게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백화점들이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를 4~5%포인트 하향 조정하더라도 외국의 주요 백화점보다 순이익률이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며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입점 수수료를 5%포인트 하향조정한다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들의 평균 순이익률은 23.45%로, 미국(2.83%)과 일본(4.34%) 백화점에 비해 훨씬 높다.

◆미국·유럽같이 백화점 '직매입' 늘어야

유통 전문가들은 입점업체들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현재의 백화점 영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백화점의 영업 방식은 일본 백화점과 비슷한 '특정매입'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정매입이란 유통업체가 매장의 일부분을 판매자에게 빌려주고 대신 수수료를 챙기는 형태다. 재고품은 입점업체가 떠안는 구조다. 게다가 대형 유통업체는 납품업체에 각종 홍보책자 비용까지 떠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같은 구조적인 불평등 거래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오세조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백화점이 재고부담까지 떠안는 '직매입'이 주를 이룬다"면서 "이런 경우 백화점이 더 책임감 있게 제품 판매에 나서고, 잘 팔릴 상품을 우선 선별하기 때문에 트렌드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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